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났다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 지난 11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방청을 위해 회의장에 참석한 <뉴스타파> 취재진을 회의 개회 5분전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이 막고 있다. |
ⓒ 뉴스타파 |
그동안 방통위 회의는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 13조 4항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개회의 및 방청 제도를 운용해왔다. 정부에 많은 위원회가 있지만, 법률로서 공개회의를 규정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언론의 신설과 통폐합, 지원 및 규제가 투명하고 명시적인 공론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과 국민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률적 절차가 있기에 그동안 수많은 언론과 인터넷 및 언론 제도를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들은 방통위 회의를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난 <뉴스타파> 취재진 역시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방청 신청서를 제출한 뒤 합법적으로 방청권을 받았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YTN 최대 주주를 민영회사에 넘기는 변경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었던 이날 회의에서 돌연 일반 방청인과 <뉴스타파>의 회의 방청을 제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일 회의 논의 사항이 민감해 방통위 회의운영규칙 제10조에 따라 회의의 적절한 운영과 질서 유지를 위해 일반 방청 신청인과 <뉴스타파>를 포함한 출입 미등록 매체의 방청을 제한했다"는 것이 방통위 입장이다.
실제로 방통위법 13조 6항,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10조 2항에서는 '위원장은 회의의 적절한 운영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방청인 수를 제한하거나 방청인의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간의 제약이나 소란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 퇴장을 명할 수 있다는 취지이지 사안의 '민감성'을 판단해 자의적으로 방청인들을 가려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날 사건에 대해 언론노조 뉴스타파 지부는 "회의를 방해하지 않았고, 퇴장 조치될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취재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으며 "회의가 시작되지도 않은 때 방청인 수를 제한할 정도로 당시 회의장은 협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2008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비공개 진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연합뉴스 |
방통위 회의 공개를 규정한 법률은 역대 정부에서 치열한 논의와 개정을 거쳐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원칙만을 담았고, 현행과 같이 비공개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이나 방청 등 회의 공개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당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지난한 토론 끝에 비공개 단서 조항을 삭제한 법률을 제정한 것인데, 이는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구조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비공개회의로 '운영 규칙'을 제정해 '국가안보', '명예훼손',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경우' 등 단서 조항을 규정하는 한편 회의 방청을 위해서는 회의 개최 12시간 전에 서면으로 신청하고 위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해당 규칙을 근거로 당시 방통위원장이었던 최시중은 2008년 4월 21일 IPTV법 시행령 관련 회의를 비공개하는 등 임의대로 비공개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기나긴 토론 끝에 합의가 이뤄진 모법의 원칙에 반하는 방통위의 운영을 즉각 비판하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비공개 등의 이유를 들어 최시중의 탄핵소추발의를 결의하기도 했다. '언론장악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이명박 정권, 최시중 방통위의 만행 뒤에는 이러한 밀실 위원회가 있었고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38단계나 하락했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에 따라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며 방통위법의 회의 공개 조항이 개정되었다. 당시 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12인이 발의하여 통과된 개정안은 비공개 요건 및 회의 공개 절차를 규칙이 아닌 법률로 포함시키면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회의 개최 전까지 방청권을 발급받으면 누구든 회의를 방청할 수 있도록 방청 기준을 완화했다. 그리고 이 경우 회의의 적절한 운영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위원장이 방청인 수를 제한하거나 방청인의 퇴장을 명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해당 법률안의 개정 이유 문서를 살펴보면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비공개 요건, 회의 공개 절차와 같은 회의 운영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은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방송통신정책의 결정 및 방송통신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한 문제의식이었다.
▲ 19대 국회 322회 3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 2014년 2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공개에 대한 법률 개정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여야의 공방 끝에 개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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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야당 의원들은 사전 예방적 조치는 대중에 회의를 공개한다는 원칙과 맞지 않으며, "이 조항도 넣으면 안 된다라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꼭 필요한 경우가 생길 때를 대비해 퇴장이나 방청인 수 제한을 넣은 것이라며,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 등 대부분의 안건이 불발된 방송공정성특위에서 최소한의 합의사항이라며 관철했다.
여론 형성에 있어 필수적인 매체인 방송 및 통신사의 운영 구조를 결정하고,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만큼, 방통위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와 논란은 늘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언론이나 단체가 공개회의를 방청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배제하고 쫓아내는 일이나, 등록된 '출입 매체'로 방청 자격을 한정하는 일은 여태껏 없었다.
이는 방통위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론장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합의를 깨트린 것이다. 2010년 보수 언론들이 대거 진출해 논란이 되었던 '종합편성채널' 승인 때에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기 직전 사임하며 "방통위의 식물상태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방송·통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김홍일 전 검사를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위원회 구조에서 그나마 균형을 담보하는 야당 추천 인사들의 임명도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방통위가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또다시 배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게다가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은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 봐서 (방청 및 취재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하지만 근거도 의결도 없이 '사안에 따라', '언론사에 따라' 시민의 정보 접근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률과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이자 탄압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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