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손주 돌봐야 하는 '황혼육아'...제대로 하려면

2023. 12. 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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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준비는 '건강, 자금, 일, 친구' 4대 요소가 필요하다.

과거의 실버 시니어 세대와 오늘날의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차이점은, 가족만큼 자신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조부모 손에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입맛에서 시니어와 같은 취향을 일부 공유하게 된 것이다.

시니어 중 일부는 손주를 즐겁고 기쁘게 기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일부는 비자발적으로 자식의 사정을 외면하기 어려워 손주를 기르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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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준비는 ‘건강, 자금, 일, 친구’ 4대 요소가 필요하다. 과거의 실버 시니어 세대와 오늘날의 액티브 시니어 세대의 차이점은, 가족만큼 자신의 삶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는 나를 위한 여행과 여가, 건강 관련 활동이 있다. 자신을 위한 시간과 소비를 챙긴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KBS방송 중인 ‘황금 연못’이란 시니어 토크쇼를 보게 되었다. ‘시간 없는’ 시니어들 이야기가 등장했다. 은퇴하면 시간 부자가 되어 ‘시간 사치’란 말도 생겼는데,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바로 ‘황혼육아’가 그 주제였다. ‘황혼육아’란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맡아 돌보는 육아 방식이다. ‘할매니얼’ 트렌드도 맥락을 같이 한다. 조부모 손에 자란 밀레니얼 세대가 입맛에서 시니어와 같은 취향을 일부 공유하게 된 것이다. '자식' 농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자식의 자식' 농사를 시작하느라, 인생의 여유는 80대부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사랑하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어, ‘손주 때문에 살고 손주 때문에 못 살겠다’라는 말도 생겼다. 시니어 중 일부는 손주를 즐겁고 기쁘게 기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일부는 비자발적으로 자식의 사정을 외면하기 어려워 손주를 기르게 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 인구가 10억명을 훌쩍 넘은 지 오래됐고,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증가에 따라 ‘시니어 세대의 육아’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맞벌이 부모가 아이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을 ‘할머니’라고 했다. 또, 할머니가 없다면 자녀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할머니는 미국 경제의 숨은 영웅’이란 말까지 나왔다. 호주에서도 ‘호주가족연구소’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조부모 5명 가운데 2명꼴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손주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대상에 조부모를 포함시켜 ‘손주 휴가’를 만든 지자체도 있을 정도다.

202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미취학 아동을 돌보는 60대 여성은 전국적으로 3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비 3000명 늘었다. 2020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때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낼 수 없는 경우 할머니·할아버지가 구원투수였다.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족이 증가하고 있고, 혈육에게 의지하려는 인식과 상황으로 조부모 육아는 자연스레 돌파구가 되었다.

손주 돌봄 사례가 증가하는 만큼, 갈등도 있다. 가치관과 양육 방식의 차이만으로도 미묘한 신경전이 발생하고, 양육으로 인해 손목터널 증후군이나 허리디스크 등 신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힘들다. 부모에게도 개인 시간이 필요함을 몰라주고 고마워하기는 커녕 불만을 토로하는 자식들의 태도에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또, 양육 시간이나 기간을 정하는 것이나 금전적인 보상 관련해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경제적 가치 추산에 대한 연구도 있다. 영국 보험사 선라이프는, 1주일 평균 8시간 손주를 돌보는 경우, 연간 약 670만원가량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했다. 정기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가 500만명 이상이기 때문에 연간 보육 비용은 약 33조원가량 된다. 2023년 6월 통계청의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가사노동 생애주기에서 시니어의 돌봄 제공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3조5000억원을 넘는다.

이처럼 황혼에 찾아온 육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시니어들의 사연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황혼육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 마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각 변화와 실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당연한 ‘희생’이 아니라 ‘감사’한 노동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 시니어층이 가족과 가구원에게 돌봄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돌봄을 제공하기도 하는 존재라는 것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가 실제로 ‘육아’를 하기 전에 양육비, 양육기간 등을 미리 조율하는 ‘황혼 육아 계약서’를 작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은 평생학습원에서 시행하는 부모·조부모 육아 관련 교육이 다양하다. 자녀, 손주 각각과 어떻게 대화로 생각의 차이를 좁힐지 알려주는 것은 물론 최신 육아 정보도 전달하는 ‘금쪽이 돌봄 교육’ 같은 것들이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조부모가 당당하게 육아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등을 통해 올해 월 40시간, 30만원가량을 ‘손자녀 돌보미 지원사업’을 통해 시범적으로 실시하며 제도적 지원을 시작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시니어가 ‘힘’이 되는 곳에서 어려움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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