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내년 총선이 두렵다

2023. 12. 7. 0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국, 추세적 저성장 우려 ↑
특히 근로자 70% 종사하는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제조업의 절반도 안 돼

‘타다’ 금지, 대형마트 휴무제
부가가치 높은 일자리 막아

서비스산업발전법은 12년째 국회서 표류
선거철 포퓰리즘 걱정된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차례 하향 조정했다. 장기 침체에 대한 경고음도 내고 있다. 한국 성장률은 2021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보다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급감, 비용 절감과 보호무역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 이탈에 기인하는 추세적 저성장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주요 수출국 경기 부진, 주요 수출품 시장 불황 등으로 제조업 기반 수출 주도형 경제가 겪는 일시적 저성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생산 요소인 노동력과 자본 투입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이는 대안은 ‘생산성 제고’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38개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1위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33위다. 이는 OECD 평균인 64.7달러의 4분의 3 수준이며, 1위 아일랜드(155.5달러)의 3분의 1이다. 33위 수준의 노동생산성으로 21위 수준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5위 수준으로 긴 연간 근로시간 덕분이다.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소득 감소를 의미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다.

특히 근로자의 70% 이상이 종사하는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문제다. 자동화 기술이 제조업에 접목되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비스업으로 유입되는 근로자 대부분이 진입장벽이 낮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운수 및 창고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종사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도 안 된다. 구조조정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발의된 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의료, 법률, 교육, 관광, 교통, 에너지, 환경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골자다. 하지만 공공재 성격을 지닌 서비스의 영리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반대로 12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또한 기술 혁신을 통해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기업들의 시도는 서민 생존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규제로 좌절되기 일쑤다.

‘타다 금지법’ ‘대형마트 휴무제’ 등은 부가가치가 낮은 일자리를 보호하는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 창출을 막게 된다. 기존 시장의 사업자가 새로운 시장에 유입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앞다퉈 서민 생존권 보호 명목으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 일자리를 양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내년 총선이 두렵다.

생산성이 낮은 노동인구 유입과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도 문제지만 서비스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서비스업의 산출물은 비교역재로 인식돼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제조업과 다른 점이다. 최근 문화 콘텐츠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서비스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서비스업도 제조업처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영세 업종뿐만 아니라 병원업, 약국업, 변호사업, 부동산중개업 등 자격증을 취득해야 사업이 가능한 업종에도 산업자본이 투입돼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벤처 창업의 57%를 차지하는 서비스 분야 창업이 서비스업의 고도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기술에 기반을 둔 벤처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물론 산업자본이 견인하는 혁신 과정에서 영세한 사업자와 생산성 낮은 종사자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들이 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유입돼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은 비전을 공유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들을 혁신의 대상이 아닌 혁신의 주체로 만들어야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