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3) 연탄가스와 사투 벌이다 출근 첫날부터 지각

최기영 2023. 12. 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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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회사 기숙사에서의 첫날 밤.

나는 새로 시작하는 타향살이와 처음 겪게 될 직장 생활에 대한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나름의 상황을 설명하고 죄송한 마음도 표했지만 작업반장에겐 궁색한 변명으로 들렸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나를 세워둔 채 작업반장의 질의가 표적 수사처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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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설렘으로 잠든 기숙사에서 첫날
연탄가스로 꼼짝없이 죽을 뻔했다가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로 짐작되는
정체 모를 힘에 이끌려 밖으로 나와
고된 회사 생활 가운데 만난 도움의 손길들은 훗날 전용대(뒷줄 가운데) 목사의 찬양 사역에도 영향을 줬다. 사진은 1989년 8월 서울 구로공단에서 열린 찬양 집회 모습.


전자 회사 기숙사에서의 첫날 밤. 나는 새로 시작하는 타향살이와 처음 겪게 될 직장 생활에 대한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곤하게 자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용대야, 일어나라.” 눈을 떠 보니 아무도 없었다. ‘내가 너무 긴장을 했나?’ 다시 잠을 청하려 하는데 같은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짜증이 치밀었다. 대체 누구냐고 소리를 치려고 몸을 일으켰다.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두통에 어지럼증까지 밀려왔다.

‘아! 연탄가스구나.’ 어렴풋하게 어릴 적 온 식구가 연탄가스에 중독됐던 사건이 떠올랐다. 아무리 몸을 움직여 보려 해도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영락없이 죽었구나. 기껏 서울 올라와 출근 한번 못 해보고 이렇게 죽는구나.’

그렇게 살 희망을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뭔가가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 나를 깨우고 죽음에서 끌어올리신 게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다. 정체 모를 힘에 이끌려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그렇게 한바탕 사투를 벌이고 나니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부랴부랴 회사로 향했지만 결국 첫날부터 지각하고 말았다.

“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어디 첫날부터 지각을 해!” 작업반장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찌를 듯 날아들었다. 나름의 상황을 설명하고 죄송한 마음도 표했지만 작업반장에겐 궁색한 변명으로 들렸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나를 세워둔 채 작업반장의 질의가 표적 수사처럼 이어졌다.

“납땜질은 할 줄 알아?” “네. 학교에서 틈틈이 해봤습니다.” “누가 학교에서 연습 삼아 한 걸 물어보는 줄 알아! 경력 하나 없는 게 그 정도 실력 갖고 어디서 해봤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

이제 막 기술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신입사원에게 무슨 경험이 얼마나 있었겠나. 그래도 학교에서 착실히 배워둬서 이야기한 것뿐인데 작업반장은 뭐가 그리 맘에 안 들었는지 내가 하는 말마다 윽박을 질러댔다. 그렇게 ‘첫 출근 지각생’에 ‘개념 무(無) 신입’이란 꼬리표까지 단 채 내 위치가 정해졌다. 전문 기술과는 상관없는 생산 라인 끝에서 물건 포장을 맡게 됐다.

차츰 회사생활에 적응해 가며 생산 라인과 검사 파트를 맡아 열심히 했지만 온전하지 못한 다리 때문에 항상 눈총을 받아야 했다. 여전히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작업반장은 틈만 나면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매일 밤 눈을 감을 때 ‘내일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그런 나를 다독여주던 한 분이 계셨다.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선배 부장님이었다. “용대야, 잘하고 있어. 너는 이쪽 일에 타고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끝까지 참고 이겨 낸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힘내라.” 그 몇 마디가 천국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몸도 좋지 않은 데다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다 보니 점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코피가 한번 쏟아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아 휴지를 갈아 끼우며 코를 막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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