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입 246억인 민노총, 산하 노조서 걷은 돈이 181억

나상현 2023. 12. 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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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깜깜이’로 운영되던 곳간의 빗장을 풀었다. 그 결과 조합원 수 1000인 이상인 대형 노동조합이 지난해 총 8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89%)로 메워졌다. 수입 대부분이 바로 지출됐는데, 노조 전임자 등 인건비에만 전체 지출액의 18%가 쓰였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를 비롯한 64개 노조는 끝내 공시를 거부했다.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 회계 공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조합원 1000인 이상 노조와 산하 조직 739개 중 91.3%인 675개가 2022년도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양대 총연맹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가맹 노조 공시율은 각각 94.0%(268개)와 94.3%(312개)를 기록했다. 미가맹 등 기타 노조 공시율은 77.2%였다.

이번 공시 제도는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했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조의 경우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15%(1000만원 초과분은 30%)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상급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공시 여부와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줄곧 정부 노동정책에 반발하던 양대 노총이 결국 회계 공시에 응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

그럼에도 전국통합건설노조 등 일부 대기업·건설업 노조 64개(8.7%)는 조직 내부 방침 등을 이유로 공시하지 않았다. 이들 노조에 속한 조합원은 내년 1월 연말정산에서 올해 10~12월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불성실하게 공시한 노조도 일부 확인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일부 노조는 파업과 집회 등에 든 교섭·쟁의사업비를 0원으로 기재했고, 금속노조 산하 일부 지역 지부는 인건비 지출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오는 22일까지 시정 기간을 운영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시를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게 올린 노조는 개별적으로 세액공제 제외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계를 공시한 1000인 이상 노조 675개는 지난해 1년간 조합비 등으로 총합 8424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노조당 평균 12억5000만원 수준이다. 조합비 수입만 495억원으로, 전체 수입의 대부분인 89%를 차지했다. 뒤이어 이자수익 등 기타수입(691억원·8.2%), 수익사업 수입(127억원·1.5%), 보조금 수입(63억원·0.7%) 순으로 이어졌다.


‘노조비 세액공제 제외’ 압박에 91%가 곳간 공개…건설·기아차노조 끝내 거부

조합비 수입이 가장 큰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595억원)였다. 금속노조는 14개 지역지부 등 총 400여 개 사업장별 지회를 두고 있는 18만 명 규모의 대형 노조다. 이어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228억원),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224억원) 순으로 수입이 많았다.

민주노총 본부는 조합비가 아닌 산하 조직으로부터 받는 ‘하부조직 부과금’ 명목으로 180억9000만원을 공시했다. 전체 수입(246억3000만원)의 73.4% 수준이다. 보조금과 수익 사업 수입은 별도 기재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본부는 조합비로 59억9000만원, 보조금으로 39억8000만원, 수익사업으로 56억2000만원 등 총 392억6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대형 노조의 지출 총액은 8183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당 평균 12억1000만원이다. 상급단체 부과금(973억원)과 하부조직 교부금(1615억원)이 31.6%로 가장 많았다. 노조 조직 운영을 위해 상급단체와 산하 조직 간에 오가는 지원금이다. 예컨대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에 ‘상급단체 부과금’ 명목으로 42억원을, 현대차지부 등 산하 조직에 ‘하부조직 교부금’ 명목으로 351억원을 지출했다.

교부금을 제외하면 노조 임직원 등에 대한 인건비가 1506억원(18.4%)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 노조 조직사업비(701억원·8.6%)나 교섭쟁의사업비(424억원·5.2%), 업무추진비(385억원·4.7%) 순으로 이어졌다. 실질적인 노조 활동을 위해 필요한 사업비보다도 노조 전임자 등을 위한 인건비 비중이 더 큰 셈이다.

실지출액(차년도 이월금과 타회계 전출금을 제외한 지출액) 대비 인건비 지출 규모와 비중이 가장 큰 노조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로, 전체 실지출액(299억원)의 45.2%인 135억원을 기록했다. 전교조는 56.8%인 85억원을, 한국노총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는 54.3%인 26억원을 인건비에 사용했다. 전체 예산의 절반 안팎이 순수하게 인건비로만 쓰였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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