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살아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 올해 매출 1조 눈앞…“LCC 2위 굳힌다” [CEO 라운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2.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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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항공업계 관심이 뜨겁다. 올 들어 3분기까지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 수송 실적이 단숨에 국내 LCC 2위로 뛰어올랐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LCC 분위기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모회사 도움을 받는 진에어를 제친 티웨이항공 선전에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정홍근 사장(65)이 주도해온 지방 공항 허브화, 노선 다각화 전략이 성과를 낸 데다 기존 마일리지 제도와 차별화한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958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한항공 고객서비스센터 지원그룹장/ 대한항공 국내선 영업팀장/ 진에어 경영지원부서장/ 티웨이항공 영업서비스본부장/ 2015년 티웨이항공 사장(현)
티웨이항공 매출 급증

3분기 누적 매출 9898억원 달해

티웨이항공은 올 3분기 매출 3451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로써 3분기 누적 매출 9898억원, 영업이익 137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지금 분위기라면 연간 매출 1조원은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LCC 4개사(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중 누적 매출 2위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티웨이항공 연매출은 8104억원으로 LCC업계 3위에 머물렀다.

티웨이항공 여객 수송 실적은 올 1~10월 기준 826만명으로 2019년(660만명) 대비 25% 늘었다. 역시 LCC 4곳 중 제주항공에 이어 두 번째다.

티웨이항공 선전 비결 관련 노선 다각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해 지난해 A330-300 3대와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B737-8 항공기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호주, 싱가포르, 몽골 등 중장거리 운항에 힘써왔다. 올 들어서도 3분기에만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몽골 울란바토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신규 취항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이 공격적인 신규 취항, 노선 확장에 나서는 것은 코로나 기간 선제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해놓은 덕분이다. 티웨이항공은 A330-300 3대를 포함해 총 30대 기재를 운영 중이다. 내년에도 A330-300 중대형기 2대를 포함해 총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이 LCC 대표 주자로 떠오르는 분위기지만, 사실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티웨이항공 전신은 2003년 국내 최초 LCC로 출범한 한성항공이다. ‘국내 최초’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수차례 존폐 위기를 겪었다. 경영난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운항 중단 사태를 겪다 2008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기업회생을 통해 신보창투에 인수된 후 티웨이항공으로 사명을 바꿨다. 2012년에는 출판 업체 예림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새 주인을 맞아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2015년 당시 티웨이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항공 면허 취소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절체절명 위기였다. 매출도 국내 LCC 중 가장 적었다. 신규 LCC가 너도나도 시장 진입을 노리던 터라 티웨이항공으로서는 더욱 불안한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티웨이항공 이사회는 당시 일본 지역 본부장이던 정홍근 사장을 구원투수로 전격 기용했다. 정 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해 항공업계에서 한 우물을 팠다. 대한항공 국내선 영업팀장, 진에어 경영지원부서장, 티웨이항공 영업서비스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주요 항공사에서 산전수전 경험을 쌓아왔다.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말 티웨이항공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정 사장은 티웨이항공 수장을 맡자마자 인천, 김포가 아닌 대구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는 ‘역발상 전략’을 내세웠다. LCC마다 인천, 제주, 부산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여행 수요가 탄탄한 대구공항 틈새시장을 노렸다. 대구~오키나와, 대구~다낭, 대구~방콕 등 신규 노선을 잇따라 취항했는데 때마침 대구시, 경북도민의 여행 수요가 늘면서 대구공항 이용객이 급증했다. ‘지방 공항 허브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의미다.

올 들어서도 5월 대구~중국 장자제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7월에는 대구~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새로 취항하는 등 대구 취항 노선을 늘려 비수도권 여객 수요를 대거 흡수했다.

구독형 멤버십 ‘티웨이플러스’를 내놓으며 서비스 차별화에도 힘썼다. 티웨이항공의 티웨이플러스 멤버십은 여러 번 탑승해서 실적을 쌓아야 하는 일반 항공사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와 달리 구독 즉시 모든 혜택을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모든 멤버십 회원에게는 구독료의 최대 97% 환급, 사전 좌석 구매 무제한 무료, 항공권 할인 쿠폰, 얼리버드 프로모션 우선 참여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을 구독 즉시 제공한다. 일례로 LITE 구독권은 6개월 가입 기준 2만9000원, BASIC은 12개월 7만9000원, PREMIUM은 12개월 15만9000원을 내면 항공권·기내식 할인, 반려동물 운송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티웨이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수는 1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도 효율적인 기재 운용과 노선 전략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 노선 확대 기대 크지만

장거리 노선 경험 부족 변수

향후 전망도 나쁘지 않다.

LCC 한계에서 벗어나려 장거리 노선 확장에 힘쓰는 가운데 유럽 노선 확대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대한항공이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에는 여객 부문에서 EU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국내 항공사 진입을 지원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로써 티웨이항공사는 그동안 목표로 삼았던 하이브리드 항공사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티웨이항공사는 LCC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항공사(FSC)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꿈꿔왔다.

호재가 많지만, 그렇다고 마냥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은 또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최근 대한항공에 “티웨이항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역할을 대신할지 의문이라는 뜻이다. 장거리 노선 운영을 오래 해본 적이 없고 인력과 정비, 항공기 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한항공은 한국~유럽 4개 노선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티웨이항공에 A330-200 항공기와 조종사 100명을 포함한 승무원 인력 등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EC는 “대한항공에 대한 티웨이항공의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7호 (2023.12.06~2023.12.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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