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펴려다 뇌졸중 치료 못 해?… 보툴리눔 톡신 내성 위험 줄이려면
신은진 기자 2023. 12. 6. 19:00
일명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보툴리눔 톡신은 턱이나 종아리 근육 축소, 주름 완화 등 미용을 목적으로 매우 흔하게 사용된다. 가격도 저렴해 피부 마사지를 받듯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툴리눔 톡신의 잦은 사용을 우려했다. 이들은 보툴리눔 톡신 오남용은 내성을 유발, 치료를 위해 보툴리눔 톡신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명 중 7명 보툴리눔 톡신 내성 경험, 치료 제한될 수도
이미 우리나라 보툴리눔 톡신 사용자의 약 70%는 보툴리눔 톡신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압구정오라클피부과의원 박제영 대표원장의 ‘대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사용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보툴리눔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1000명)의 74%는 보툴리눔 톡신 내성이 의심되는 경험을 했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 의심 증상은 ▲같은 효과를 위해 더 많은 약물을 사용해야 할 때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한 약물 사용 간격이 짧아지는 때를 말한다.
이런 게 내성 문제면 보툴리눔 톡신 사용량을 늘리거나 보툴리눔 톡신 사용주기를 줄이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 내성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박제영 대표원장은 "보툴리눔 톡신 내성으로 미용상 주름이 조금 덜 펴지고, 근육이 제대로 축소되지 않는 등 효과가 떨어지는 건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며 "진짜 문제는 치료를 위해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50~60대가 되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오기 쉽고, 근육 관련 후유증이 남게 되는데 이때 치료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미용목적으로 사용했던 보툴리눔 톡신때문에 내성이 생기면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뇌졸중 후유증 치료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절대로 보툴리눔 톡신 내성은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툴리눔 톡신은 안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비뇨기과, 정신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편두통, 과민성 방광 등에선 보툴리눔 톡신 치료가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투렛증후군과 같은 약이 마땅치 않은 질환에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용량·다빈도 시술 내성 위험 높여… 시술 전 전문가 상담 필수
보툴리눔 톡신 내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의료소비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보툴리눔 톡신 사용 용량과 횟수는 내성 위험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의 내성 안전성은 복합단백질과 비활성화 신경독소와 연관이 있고, 적정용량과 주기를 지키지 않는 경우 내성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내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 상담 후 시술을 강조했다. 허창훈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은 미간에 8~12 유닛, 종아리는 100~120 유닛 등 부위별 권장 용량이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권장량에 불과하다"며 "사람 얼굴은 모두 완전한 대칭이 아니고, 근육마다 움직임의 차이가 있어 보툴리눔 톡신만큼 맞춤처방이 필요한 약도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즉, 환자마다 시술 부위, 이전 시술 이력 등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권장주기와 용량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적절한 주기와 정확한 용량을 선택해야 내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창훈 교수는 "의료소비자는 자신이 시술받는 제품이 무엇이고, 받는 시술은 무엇인지를 확인해 다음 진료를 할 때 의사에게 솔직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그래야 의사도 보툴리눔 톡신 내성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보툴리눔 톡신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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