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질병청 조사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항생제 내성률 50%

황수연 2023. 12.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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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어린이들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의 항생제 내성률이 5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급성 호흡기세균 병원체 감시사업을 통해 전국 30여 개 병원이 의뢰한 300건의 폐렴 의심 환자 검체를 분석했더니,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으로 확진된 검체 50% 정도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확인됐다. 정부는 6일 긴급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2차 항생제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은 매년 이 사업을 통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을 포함해 호흡기 세균 12종의 유행 현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해마다 유행하는 호흡기 세균 분포나 내성균 출현을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감시체계다.

올해는 최근까지 300건 정도의 검체가 수집됐고 임상검사센터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여부를 1차로 확인한 결과 30%에서 양성이 나왔다. 양성 검체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를 추가로 확인했더니 절반 정도에서 치료제로 쓰이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 검출된 것이다. 양성 환자 50%는 치료제가 잘 안들을 수 있단 얘기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이제 유행 초기이기 때문에 1~2월을 거치면서 환자가 많아지면 내성률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집된 검체 특성상 입원환자가 많다면 상대적으로 내성률이 더 높게 나올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잘 알려진 병이고 치료제도 있다. 유·소아의 경우 우선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생제를 쓰면 대부분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성률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호흡기 교수는 “최근 입원 치료했던 소아들은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의 비율이 높고 항생제를 투여해도 증상 호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 과거보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화 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약 없이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고 외래 치료가 가능한 폐렴”이라면서도 “1차 항생제로 치료가 잘 안 되는 중증 폐렴의 경우 대한소아감염학회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에서 2019년에 만든 지침에 따라 2차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학회는 지침에서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투여한 지 48~72시간이 지난 후에도 임상 경과에 호전이 없는 중증 폐렴 소아 환자의 경우 해외처럼 테트라사이클린제 또는 퀴놀론제 중 치료 이득과 위해를 고려해 약제를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약제는 소아에서 치아착색과 골발육 부전, 건염, 건파열 등의 부작용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국내서 사용이 금기돼 있다. 이진아 서울아산병원 소아감염과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폐렴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아이들이 좋아진다”라며 “임상 의사와 보호자가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문가 회의 결과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2차 항생제 사용과 진료안내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 대체적인 의견이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218곳 의료기관 대상으로 한 표본감시에서 최근(11월 19~25일) 입원환자는 270명으로 조사됐는데 2019년 동기간(544명) 대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2015년 1만2358명, 2019년 1만3479명의 입원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줄었던 각종 호흡기 질환이 늘면서 중국뿐 아니라 유럽의 덴마크나 미국 일부 주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늘고 있다. 이진아 교수는 “원래 유행 패턴이 3~4년이고 2019년 겨울에 돌았으니 유행할 시기”라면서 “단순 감기가 아니라 폐렴이 심하게 오고 폐에 물이 차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비교적 치명도가 낮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사망 사례는 극히 드물고 외국 논문에 따르면 치명률은 0.1 이하”라고 밝혔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비말·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4급 법정 감염병이다. 길게는 4주까지도 잠복기를 거쳐 발열·두통·콧물·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임상 증상을 보이지만 오래(20일)가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악화되면 폐렴·폐농양·폐기종·기관지확장증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호흡기 증상 이외 구토나 복통, 피부발진 등이 잘 동반되고 뇌수막염이나 뇌염, 심근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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