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이민자 유치도 전쟁이다

이현우 2023. 12. 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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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새로운 IT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으로 키프로스가 손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은 이민자 유치를 위해 문호를 더 크게 개방하고 있다.

캐나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신규 이민자를 3년간 150만명 이상 받겠다고 공언하고, 지난 2년간 100만명 가까운 이민자를 더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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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분쟁때마다 문호개방
이민청 설립 이미 늦었는데
정치권은 안이한 상황판단만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새로운 IT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으로 키프로스가 손꼽힌다. 관광업이 주된 수입원인 지중해 동부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에서 갑자기 IT산업 붐이 일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 IT인력들이 징집을 피해 키프로스로 이민을 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5만명 이상의 러시아 IT 고급 인력들이 키프로스로 대거 유입됐다. 일부 러시아 IT 기업들 중에서는 기업과 함께 아예 임직원 수천 명이 한꺼번에 이민 온 경우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과 서방 선진국들은 이민자 유치를 위해 문호를 더 크게 개방하고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영국은 홍콩에서 10만명의 금융, IT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했다. 캐나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신규 이민자를 3년간 150만명 이상 받겠다고 공언하고, 지난 2년간 100만명 가까운 이민자를 더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에선 뒤늦게 2005년부터 노동이민 장벽을 낮춘 독일의 경우 이제 전체 생산가능인구 4600만명 중 1000만명 이상이 이민자들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중동 각지에서 밀려든 난민들도 이제는 소중한 노동력이 됐다. 평균 합계출산율이 3.0명 이상을 기록하는 중동 난민들은 이제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교전 중인 이스라엘도 가자지구 태생 IT인재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이스라엘로의 이민을 권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 희토류보다 귀해진 고급 인적자원 확보를 위해 모든 나라가 이민자 유치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민에 부정적이고 우리나라만큼이나 순혈주의를 강조해 온 일본도 2019년 사상 최초로 ‘출입국재류관리청’이라는 이민청을 설립하고 이민 규제를 대폭 낮췄다.

그러나 전 세계 국가들 중 유사 이래 가장 낮은 0.7명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은 이제서야 이민청 설립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재한외국인이 250만명을 넘어서며 인구의 5%를 차지하게 됐지만, 이민과 출입국 행정을 통합할 컨트롤타워조차 아직 세우지도 못한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민청을 설립하고 적극적인 이민자 유치에 나선다해도 선진국들과의 경쟁을 뚫고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여전히 안이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폐쇄적이던 이민정책을 갑자기 개방한다고 해서 곧바로 이민자들이 쏟아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들을 유치하려면 먼저 이민자들 입장에 서서 다른 선진국들이나 아시아 주요국들과 비교해 어떤 정책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적자원은 희토류나 석유처럼 웃돈을 주면 바로 사올 수 있는 원자재 상품이 아니란 점을 다시금 인식하고, 이민청 설립 문제만은 정쟁의 소재로 소모해선 안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시간이 없다.

이현우 국제2팀장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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