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동물원 허가제

태원준 입력 2023. 12. 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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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도 코끼리 원숭이 등을 가둬 기른 흔적이 발견될 만큼 동물원의 역사는 긴데, 그 시작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색적인 짐승을 산 채로 잡아다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힘은 절대 권력자만 가졌기에 고대와 중세의 동물원은 주로 왕궁의 부속시설로 존재했다.

서구의 동물원이 존재 이유를 전시에서 보존으로 수정한 건 1970년대부터다.

멸종을 막는 마지막 수단이란 시각과 존재 자체가 학대라는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에 지금의 동물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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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논설위원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도 코끼리 원숭이 등을 가둬 기른 흔적이 발견될 만큼 동물원의 역사는 긴데, 그 시작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색적인 짐승을 산 채로 잡아다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힘은 절대 권력자만 가졌기에 고대와 중세의 동물원은 주로 왕궁의 부속시설로 존재했다. 영국 왕실은 런던타워를 외국에서 선물 받은 사자 호랑이 등의 거처로 썼고, 프랑스 바르세유 궁전의 동물원은 관람탑을 중심으로 동물 우리가 빙 둘러 있는 구조를 가졌다. 마치 하늘의 신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듯, 루이14세는 이 탑에 올라 동물을 구경했다.

지금처럼 사람들이 우리마다 찾아다니는 동물원은 19세기 들어 등장했다. 제국주의에 상업자본이 가세해 식민지에서 잡아온 동물을 돈 받고 보여주는 공원형 동물원이 유럽 도시마다 생겨났다. 1906년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은 피그미족 남성을 침팬지와 함께 우리에 넣고 전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인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런 전시를 기획할 정도였으니 동물의 복지를 동물원에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냥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코끼리 쇼, 침팬지 쇼, 돌고래 쇼 등 동물 학대에 가까운 각종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서구의 동물원이 존재 이유를 전시에서 보존으로 수정한 건 1970년대부터다. 각종 쇼를 없애고,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포획 대신 번식을 통해 동물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설에서 인간의 자폐증과 흡사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스트레스까지 다 풀어줄 순 없어서 동물보호 진영에선 동물원 폐지를 계속 주장해 왔다. 멸종을 막는 마지막 수단이란 시각과 존재 자체가 학대라는 시선이 충돌하는 지점에 지금의 동물원이 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동물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얼마 전 ‘갈비 사자’ 같은 방치와 학대를 막으려 동물원 허가제를 도입하고, 5년마다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아예 없앨 수 없다면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 갈비 사자가 옮겨져 건강을 회복한 청주동물원의 동물복지 시스템이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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