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2) 인문계고 진학 물거품… 방황 시작하며 음악에 관심

최기영 2023. 12.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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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고 싶었다.

이렇게 가다간 내가 원하는 길로 진학하긴 틀려 보였다.

나름의 꾀를 내보기로 했다.

부모님은 내가 몸도 약하니 차라리 기술학교에 가서 전자 기술을 배워 대리점을 차리라고 하셨고 그렇게 인문계 고교 진학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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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진학 꿈 품고 인문계 가고 싶어
상업 고등학교 진학 시험 일부러 망쳐
가수의 길 꿈꾸다 아버지 반대로 포기
전용대목사가 자신의 신앙적 푯대가 돼 준 셋째 누나(왼쪽 두 번째), 여동생, 넷째 누나와 함께 6년 전 조카 결혼식에서 촬영한 기념 사진.


의사가 되고 싶었다. 의술을 배워 내 병을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 생각은 달랐다. 상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은행에 취직하면 평생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게다가 그 시절 초등학교 때 나는 이미 주산 자격증까지 따놓은 상태였다. 이렇게 가다간 내가 원하는 길로 진학하긴 틀려 보였다.

나름의 꾀를 내보기로 했다. 상업계 고등학교 진학 시험 날, 일부러 시험을 엉망으로 봤다. 그렇게 탈락하면 부모님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보내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부모님은 내가 몸도 약하니 차라리 기술학교에 가서 전자 기술을 배워 대리점을 차리라고 하셨고 그렇게 인문계 고교 진학은 물거품이 됐다.

기술학교에 입학하면서 나의 방황은 시작됐다. 하루는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신인가수 선발대회.’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려는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문구에 시선이 꽂혔다. ‘1등-컬러TV.’ 동네에 흑백 TV가 있는 집도 한두 집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흑백도 아니고 컬러TV를 준다니. 욕심과 승부욕이 동시에 발동했다.

오로지 컬러TV를 얻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참가 신청을 했고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그러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순간 귀가 먹먹해지도록 아득한 한 마디가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1등 전용대!” 어안이 벙벙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가수의 길로 접어드는 것일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안 형제들이 음악에 소질은 있었던 것 같다. 큰형은 색소폰 연주자, 작은 형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방방곡곡을 다녔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벽은 크고 높았다. 두 형님이 음악에 빠져 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시던 아버지는 몸도 불편한 나까지 음악에 관심을 보이자 펄쩍 뛰셨다.

결국 아버지의 반대로 가수의 꿈은 접어야 했다. 그 후 서울의 한 전자 회사에 취업하게 됐고 짐을 챙겨 터미널로 갔다.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용대야!” 셋째 누나였다. “누나가 여긴 웬일이야?” 당시 누나는 전남 나주 영산포에 살고 있었다. 함께 살 때 누나는 내게 성경책을 읽어주고 늘 내가 교회에 갈 수 있게 독려해주며 내 신앙을 붙들어줬다. 하지만 누나와 떨어져 지내는 사이 내 신앙도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너 서울에 취업해 올라간다면서.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도 주일은 외출이 가능할 테니 꼭 교회에 가서 신앙생활을 해야 돼. 그게 네가 살 길이야.” 순간 짜증이 났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한테 한다는 소리가 교회에 가라니. 그게 내 살길이라니. 나는 성경책을 쥐여 주려는 누나를 밀쳐냈고 그런 누나는 기도라도 같이하자며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곤 터미널이 울리도록 소리 내어 기도했다.

“아이, 정말 왜 이래! 창피해서 못 살겠네. 나는 알아서 잘 살 테니까 누나나 예수 잘 믿어!”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서야 버스에 올랐다. 누나는 내가 자리에 앉아 짐을 정리하고 버스가 출발하는 것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내가 너무했나 싶었다. 서울 기숙사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그런데 가방 속에 내 것이 아닌 물건이 들어 있었다. 누나의 손때 묻은 성경책이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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