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펼치리라…죽음의 레이스 뛰어든 그들

고봉준 2023. 12.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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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희·이소미·성유진·홍정민(왼쪽부터)은 LPGA 투어 Q-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이 대회를 수석으로 통과한 한국 선수는 지난 1997년 박세리 이후 총 7명이다. [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해가 갈수록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2014년 10승을 합작한 뒤 이듬해인 2015년엔 15승을 거뒀다. 이어 2016년 9승, 2017년 15승, 2018년 9승, 2019년 15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2020년과 21년엔 각각 7승에 그치더니 지난해 4승을 기록했다. 올해는 양희영이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지난해보다 1승 많은 5승을 거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상위권을 한국 선수들이 휩쓸던 것도 옛날 이야기다. 2013년엔 박인비, 2021년엔 고진영이 세계랭킹 1위로 군림했지만, 요즘은 세계 5위 이내에 든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다. 5일 현재 고진영이 세계 6위, 김효주가 7위다. 이런 분위기 속에 4명의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4승을 거둔 임진희(25)와 통산 5승의 이소미(24), 그리고 성유진(23)과 홍정민(21)이 미국으로 건너가 Q-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이소미는 5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장(파71)에서 열린 LPGA투어 Q-시리즈에서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성유진은 14언더파로 공동 5위, 임진희는 13언더파 공동 8위, 홍정민이 6언더파 공동 40위에 올랐다. 이들은 앞으로 이틀 동안 5라운드와 6라운드 경기를 치러 최종 순위를 가린다.

LPGA 투어의 등용문인 Q-시리즈는 퀄리파잉 시험, 즉 Q-스쿨의 최종 단계다. 이듬해 시드가 없는 선수끼리 6일에 걸쳐 샷 대결을 펼치는 ‘죽음의 레이스’다. 이제까지 한국 선수가 Q-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한 건 1997년 박세리부터 지난해 유해란까지 모두 7차례다.

올해 Q-스쿨 스테이지1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3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99명이 살아남았고, 스테이지2를 통해 41명을 추렸다. 이어 올해 LPGA 투어 상금 랭킹 하위권 선수들과 여자골프 세계랭킹 75위 이내 선수 중 일부가 합세하면서 총 104명이 경쟁을 펼치는 Q-시리즈가 지난 1일 시작됐다. 이들 중 4라운드까지 예선을 통과한 70명이 다시 이틀 동안 샷 대결을 벌여 순위를 가린다. 최종 합격의 영예는 45명에게만 돌아간다.

역대 Q-시리즈를 통해 L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로는 ‘골프 여왕’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과 한희원 등 1세대 해외파가 대표적이다. 또 장하나와 김세영, 이정은6, 최혜진도 이 무대를 통해 투어 카드를 따냈다. 올해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유해란도 지난해 Q-시리즈 수석 합격생 출신이다.

최근엔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진출이 주춤한 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고, KLPGA 투어의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이 미국 진출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진단도 있다. 일부에선 MZ세대 선수들이 낯선 LPGA 투어 생활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임진희와 이소미·성유진·홍정민의 LPGA 도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국내 투어에서만 뛰어도 여유롭게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이들은 더 큰 무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임진희는 “LPGA 투어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올 시즌 나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과를 이뤄냈다.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겠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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