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컷칼럼] 이탄희가 쏘아 올렸던 공

문병주 입력 2023. 12. 5. 23:00 수정 2023. 12.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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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 하나를 쏘아 올렸다. “제2의 노무현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50% 넘는 득표로 무난히 당선됐던 지역구인 경기도 용인정을 떠났다. 대신 내년 총선에서는 험지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병립형 선거제도를 막아야 하고, 위성정당을 통한 꼼수 선거도 치러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서 그는 총선 이후 2년 이내에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의 5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같은 당 이재명 대표에 맞서는 모습이 신선하다.

이 의원이 이런 정치인의 길을 걷기 전 쏘아 올린 공이 떠오른다. 그는 2017년 초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난 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열기로 한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를 거부했고, 이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더해지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고, 수많은 법관이 재판정에 서게 됐다.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는 분을 인재라고 영입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민주당은 2020년 1월 그를 21대 총선 인재영입 10호로 낙점했다. ‘법복(法服) 정치인’이라는 법원 내부 비판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되는 데 기여했다. 직접 준비 모임을 조직하지 않았지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실을 요구하는 법관회의가 2017년 6월 19일 열렸다. 2003년 서열과 기수 위주의 대법관 제청에 대한 반대 연판장 파문과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촛불집회 관련 재판개입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이후 수차례 임시회의를 거쳐 이듬해 4월에는 상설기구가 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 김명수 원장 때 법관회의 상설화
‘정치적 편향’ 지적 끊이지 않아
사법의 정치화 막는 소리도 내야

이 회의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김명수식 사법개혁의 우군이 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관회의장을 찾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박원규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최기상 현 민주당 의원을 포함, 모두 김 전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의장을 역임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추궁 요구와 같은 법관회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며 양승태 사법부 지우기에 나섰다.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의결도 나왔다.

이런 활동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일례로 김 전 대법원장은 각급 법원장 후보를 판사가 투표로 뽑는 제도를 추진했는데 법관회의가 힘을 실었다. 이로 인해 고위 법관들이 후배 법관들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조성돼 재판 지연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법원장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따라 법원장을 보함에 있어 비위 전력, 형사, 징계 절차 진행 등 객관적 사유가 없는 한 각급 법원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법원장을 판사들의 투표로 뽑겠다는 의미다.

정치 편향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재명 대표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였다. 권 전 대법관이 재판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퇴임 후 대가를 지불받았다는 의혹이 일었다.

오늘 열리는 2023년 2차 정기 법관회의의 안건 중 하나는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대한 유의할 점이다. 지난 8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1심에서 징역 6개월이 선고된 뒤 박병곤 판사의 과거 친야 성향 SNS 글이 논란이 된 것 관련이다. 앞서 법원행정처 조사 결과 해당 법원장의 엄중 주의 촉구 처분이 내려졌다. 법관회의에서는 더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복 정치인’의 양산을 방지하고, 사법의 정치화를 막아내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판사들이다. 이탄희 의원이 쏘아 올렸던 공이 탄생시킨 법관회의는 그동안 ‘사법개혁’과 ‘사법농단’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과도한 과거 지우기와 편 가르기를 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홍위병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관의 헌법ㆍ법률적 사명, 그리고 양심을 되새기는 목소리를 국민은 기대한다.

글 = 문병주 논설위원, 그림 = 임근홍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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