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얼굴 붉은 당신, 혹시 '제산제' 오래 먹었나요?

신은진 기자 2023. 12.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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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지 않는데도 얼굴이 붉어지면 갱년기 증상이라 생각하거나 날이 너무 춥고 건조한 탓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직 갱년기라기엔 젊은 나이이거나 다른 갱년기 증상은 없고 얼굴만 붉은 경우, 다른 부위와 달리 유독 얼굴만 붉고 때론 부기도 있는 경우라면 원인은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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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억제제 장기 복용은 주사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 /클립아트코리아
열이 나지 않는데도 얼굴이 붉어지면 갱년기 증상이라 생각하거나 날이 너무 춥고 건조한 탓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직 갱년기라기엔 젊은 나이이거나 다른 갱년기 증상은 없고 얼굴만 붉은 경우, 다른 부위와 달리 유독 얼굴만 붉고 때론 부기도 있는 경우라면 원인은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 한국인에게 흔한 위염, 식도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제산제 때문에 생긴 '주사증(Rosacea)'일 가능성이 크다.

◇위산 억제하는 PPI·H2RA 장기 복용, 주사증 위험 커
강원대병원 피부과 허영 교수 연구팀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와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H2RA) 등 위산억제제를 장기 복용할수록 주사증 위험은 상승한다. 주사증이란 홍반, 모세혈관확장 등 주로 얼굴 피부가 붉어지는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구진, 농포 등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이에 연구팀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 상부 위장관 질환 환자 74만9166명을 분석, PPI와 H2RA 등 위산억제제의 장기 사용이 주사증 증가와 유의미한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두 약제는 소화성 궤양 질환, 심장 화상, 졸링거-엘리슨 증후군 및 위식도 역류 질환과 같은 산 관련 위장 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위산억제제다.
90일 이상 위산억제제를 처방받은 3460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중 692명은 위산억제제에 처음 노출된 지 1년 후 주사증 진단을 받았다. 누적 일일 사용량 지수(cDDD, cumulative defined daily dose)로 계산해보면, 위산억제제와 주사증의 관계는 더욱 확실해진다. 위산억제제를 30일 이상~120일 이하로 복용할 경우, 30일 이하로 복용한 경우보다 주사증 발생 확률이 최대 1.43배 상승했다. 120일 이상 복용할 때는 1.68배까지 주사증 위험이 커졌다.

연구팀은 "수년 동안 매일 복용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와는 달리, 제산제는 일반적으로 제한된 기간에 처방되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반복적으로 처방될 수 있다"며 "그러나 1년 미만의 짧은 기간이라도 위산 억제제는 주사증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위산억제제는 단시간에 장내 세균 불균형을 일으키고, 이러한 효과는 장기간 지속됐다"며 "위산억제제의 장기간 사용과 관련된 위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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