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되지 않아도"…쓸쓸한 퇴장 대신, 마음의 빚 갚을 '학전 어게인' (엑's 현장)[종합]

조혜진 기자 2023. 12.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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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선배 김민기, 그리고 학전에 대한 박학기의 마음에 많은 학전인들이 동참했다. 이에 '학전 어게인'이라는 큰 프로젝트가 첫 삽을 떴다.

한국 공연문화의 발원지 학전과 김민기 대표에 대한 인사를 전하기 위한 '학전 어게인(AGAIN)' 프로젝트 론칭 기자회견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 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작사가 김이나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인 가수 박학기와 작곡가 김형석, 박승화(유리상자), 여행스케치(루카), 크라잉넛(한경록), 그리고 배우 설경구, 배해선, 장현성, 감독 겸 배우 방은진이 참석했다.

학전은 '아침 이슬'의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 문을 연 대학로 소극장이다. 학전은 개관 이후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고,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학전만의 특색을 담은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의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가수 윤도현·박학기·알리·동물원·장필순·권진원·유리상자·이한철·이은미·자전거탄풍경·여치·시인과촌장·크라잉넛·유재하동문회·하림·이정선·노찾사·한상원밴드·왁스·김현철·한영애·이두헌(다섯손가락)·강산에·정동하, 배우 황정민·설경구·장현성·김윤석·방은진·배해선·정문성·이정은·김원해·전배수·김희원·박명훈·오지혜·최덕문·안내상 등 많은 예술인들이 학전 무대를 거쳐갔다.

그러나 학전은 창립 33주년을 맞는 2024년 3월 폐관한다. 공연계 불황으로 인한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로 인한 것. 이에 학전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학전 AGAIN'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는 박학기의 열정에 후배들의 마음이 모여 구체화됐다. 박학기는 "(김민기를) 존경하고 따르긴 했지만 어느 순간 보니까, 형이 나이도 드시고 아프시더라. 4, 50대 넘은 분들은 김민기라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 뜨거웠던 경험이 있으실 것"이라며 "많은 후배들 키워내셨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이 상황에 우리 모두가 너무 안타까워했다. 김민기라는 사람에게, 학전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빚을 갚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기획 이유를 밝히며 "너무나 많은 분들이 함께하자고 해서 생각보다 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동참한 이들에게도 마음을 표했다.

마음이 뭉쳐 만들어낼 수익금은 보관될 계획이다. 박학기는 "학전 소극장 180석이다. 평균적으로 관객이 얼마 안 된다. 거기 풀 매진이 되어도 얼마 안 될 거다"라며 "그러나 수익금을 남길 거다"라며 김민기가 과거 김광석 공연 때 했던 말을 전했다. '돈에도 힘이 있다. 어느 누구에겐 한 끼도 안 될 수도 있지만 그것과 이건 다르다.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돈이기에, 이 돈이 씨앗이 돼 나중에 큰일할 수 있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 

박학기는 "저희가 만드는 돈이 얼마 안될 거다. 우리가 모은 돈은 적은 돈일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힘이 생기는 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건 문화를 위해 쓰일 값진 것"이라고 정리했다. 순수익이 4천만원 정도 남을 수 있을까 가늠한 그는 저작권협회와 뮤직카우에서 1천만원 정도의 기부를 하려 생각 중이라며 의미 있는 금액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박학기는 후배들이 이렇게 모인 것에 대한 김민기의 반응에 대해 "'하지마라' 하는데 정말 안 해야하는 건지 해되는 건지를 모르겠다. (그 말엔) 수고 끼치는 것에 미안함과 불편함이 있지만, 학전의 마지막을 공연으로 끝내는 건 좋아하셨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또 박학기는 학전의 폐관이 김민기의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최대한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박학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상적인 건 원형의 그림을 갖고 계속 훌륭한 새싹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유지가 된다면 누군가 음악 하고 싶은 애들이 편하게 공연해서 계속 나올 수 있는 출발지가 됐으면 좋겠다 했다"고 했다.

다만 개인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 박학기는 "저희가 하는 이 행위가 저희의 최선"이라며 학전이 쓸쓸히 폐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저희가 입금되지 않아도 와있는 거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 학전의 존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힘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어떻게 될지는 함께 만들어가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학전 어게인'은 2024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블루 극장에서 릴레이 공연된다. 이들은 현재의 공연 문화에 대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공연으로 전할 예정이다. 

사진=고아라 기자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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