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내년 합친다…위기의 토종OTT "일단 체급 높여야" [팩플]

김경미 2023. 12. 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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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한몸이 된다. 최근 토종 1등으로 치고 올라온 쿠팡플레이를 따돌리고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국내 최대 OTT 서비스로 재탄생하는 것. 합병으로 몸집을 키워 넷플릭스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슨 일이야


CJ ENM과 SK스퀘어는 전날 각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양사 관계자는 “OTT 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MOU를 체결했다”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사 작업을 거쳐 내년 1분기 본 계약을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말 합병 법인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티빙의 지분 48.85%를 보유한 CJ ENM이 최대 주주, 웨이브 지분 40%를 보유한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세부 내용은 본계약 때 확정된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구 더베이101에서 열린 ‘K-OTT 미디어데이’에 최주희 티빙 대표(왼쪽)와 이태현 웨이브 대표가 참석했다. 사진 과기정통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토종 OTT들의 벼랑 끝 생존 전략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1137만명으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10월 기준). 2~4위인 쿠팡플레이(527만명), 티빙(510만명), 웨이브(423만명)는 넷플릭스 MAU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합산 MAU가 933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으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전망이다.

여전히 험난한 길


정근영 디자이너
① 중복 가입자 얼마나 될까: 두 서비스의 중복 가입자가 상당할 수 있어, 합병 후 실제 구독자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콘텐트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비등한 수준의 영향력을 갖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전망. 그래도 두 회사가 각자 콘텐트 제작사와 거래할 때보다는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각자 지출하던 콘텐트 수급비와 마케팅비도 효율화될 전망.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단 체급을 높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출혈성 마케팅 경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수익성 높일 수 있을까: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구독 서비스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소비자가 늘면서 OTT 시장 환경은 더욱 척박해졌다. 지난해 국내 OTT 시장에서 돈을 번 곳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3억원, 이 기간 티빙은 손실 1191억원, 웨이브도 손실 1217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높이거나 가입자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 가입자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데다, 구독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커서 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


콘텐트 수급이 관건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오리지널 콘텐트 확보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 콘텐트 독점 계약은 내년 9월로 종료된다. 합병 이후 티빙·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단독 콘텐트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병으로 경영 효율을 올릴 수 있게 된 만큼 파괴력 있는 대형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보하고, 이 콘텐트로 해외 매출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전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은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합병 법인이 해외로 진출하거나 해외 사업자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콘텐트 확보에 집중 투자하며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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