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기의 시작→설경구의 처음, '아침 이슬'에 위로 받았던 모두 '학전 어게인' (엑's 현장)[종합]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학전을 거쳐간 많은 가수와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학전 어게인'을 위해 뭉쳤다.
한국 공연문화의 발원지 학전과 김민기 대표에 대한 인사를 전하기 위한 '학전 어게인(AGAIN)' 프로젝트 론칭 기자회견이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 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작사가 김이나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인 가수 박학기와 작곡가 김형석, 박승화(유리상자), 여행스케치(루카), 크라잉넛(한경록), 그리고 배우 설경구, 배해선, 장현성, 감독 겸 배우 방은진이 참석했다.
학전은 '아침 이슬'의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 문을 연 대학로 소극장이다. 학전은 개관 이후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한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했고,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학전만의 특색을 담은 공연을 기획·제작하며,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의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가수 윤도현·박학기·알리·동물원·장필순·권진원·유리상자·이한철·이은미·자전거탄풍경·여치·시인과촌장·크라잉넛·유재하동문회·하림·이정선·노찾사·한상원밴드·왁스·김현철·한영애·이두헌(다섯손가락)·강산에·정동하, 배우 황정민·설경구·장현성·김윤석·방은진·배해선·정문성·이정은·김원해·전배수·김희원·박명훈·오지혜·최덕문·안내상 등 많은 예술인들이 학전 무대를 거쳐갔다.
그러나 학전은 창립 33주년을 맞는 2024년 3월 폐관한다. 공연계 불황으로 인한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로 인한 것. 이에 학전 출신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학전 AGAIN'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는 박학기의 열정에 후배들의 마음이 모여 진행되는 행사. 박학기는 "음악을 시작할 때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게 김민기 선배님"이라며 "학전은 저희가 첫발을 디딜 수 있는 꿈의 장소였다. 우리 나름대로 (바쁘게) 살다 돌아보니 그 자리에 김민기 선배님이 계셨다. 부모님이 그렇듯 저 형님은 저 모습으로 영원하리라 했는데, 형님 많이 나이도 드셨고 힘든 걸 감내하고 있었다"고 학전의 어려운 상황을 짚으며 힘을 모아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된 이유를 밝혔다.
박학기뿐만 아니라 이날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신의 시작을 함께한 학전을 향한 마음을 표현했다. 먼저 배해선은 "김민기 선생님한테 배움을 받고 음악에 영향받은 분들은 누구나 이 자리에 서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어려운 분이셨는데 자꾸만 생각나고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셨다. 처음 발을 뗀 곳으로 돌아가게 한 그곳이 학전이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장현성은 "저는 20대 초반에 극단 학전에서 처음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앞으로 여기서 추수가 돼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 들은 게 벌써 30년이 됐다. 그 마음을 갖고 살았다. 저도 이제 그때 선생님보다 나이 든 중년이 됐다"며 "닮고 싶은 어른의 모습으로 계셔주셨던게 제게 큰 힘이 됐는데 그 시간이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학전에서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1호선'로 무대에 올랐던 설경구는 "연기 30년이 됐는데, 학전이 제 시작점"이라며 "장현성, 배해선 씨는 오디션보고 '지하철1호선'에 탑승했지만 저는 포스터를 붙이다가 탑승한 케이스다. 대학 졸업하고 받아주는 극단이 없어 학전에 갔다. 포스터를 한 달 정도 붙였더니 '지하철1호선'을 같이 하자고 하더라. 나중에 물어보니 '성실해보여서'라고 하더라"고 자신의 시작을 함께한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혔다.
김형석은 "학전에서 첫 데뷔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반 주자였는데 김광석, 동물원, 노영심 피아노를 치면서 같이 시작했고 형을 존경하게 됐다"며 "학전이 문닫는 단 이야기 듣고 한마음으로 음악 또는 연기 모든 분들이 함께 모여서 이 자리가 마련됐다. 제가 형의 음악을 듣고 위로 받았고 그런 것들, 이 프로젝트 통해 형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승화는 "우리의 고향이었던 학전"이라고 말문을 열며 "저희들에게 대학로 학전 소극장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떄 섭섭한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저희들의 마음 이어서 공연에도 참여하고 선배님 건강과 학전의 유지를 위해 애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기형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루카는 "여행스케치가 학전과 같이 개관 공연을 함께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이 작은 힘이 모아져서 학전이 문을 닫지 않고 우리와 함께 따뜻한 마음으로 아리따운 동행할 수 있도록 힘껏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경록은 "크라잉넛은 주로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공연한다. 90년대 중후반엔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공연을 많이 했다. 당시 대학로엔 낭만이 있고 시대 정신이 있었다. 학전은 그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소극장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인디밴드로서 연결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 학전이라는 곳을 소개하고 싶어서 함께하게 됐다"고 뜻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공연 문화에 대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학전과 김민기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공연으로 전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2024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 블루 극장에서 릴레이 공연된다.
사진=고아라 기자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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