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회 맞은 '개는 훌륭하다', 강형욱이 짊어진 숙제는?

김종성 2023. 12.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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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2 <개는 훌륭하다>

[김종성 기자]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2019년 1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개는 훌륭하다>가 200회를 맞았다. 1491일 동안 고민견 382마리를 만났다. 그때마다 강형욱 훈련사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고, 최선의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그리하여 수많은 고민견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선시켰다. 물론 그 성공은 보호자들의 전향적인 변화와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4년 동안 <개는 훌륭하다>는 방송을 통해 견종별 특성, 입양시 고려사항, 올바른 양육법, 펫티켓, 성숙한 반려문화, 산책의 중요성 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강형욱은 "단순히 '개를 키우면 좋다'가 아니라 올바른 반려 문화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개는 훌륭하다>의 역할은 예능 프로그램 이상으로 뚜렷했다. 

시청자와 함께 하는 특집으로 마련된 200회에서는 '개훌륭'한 산책 챌린지의 결과를 공개했다. '개훌륭'한 산책 챌린지는 반려견과의 산책 거리를 인증하면 유기견 보호소에 사료를 기부하는 이벤트인데, 많은 시청자를 비롯해 그동안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했던 고민견, MC 이경규와 박세리도 참여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과 예성 등 연예인도 동참해 힘을 보탰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산책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했던 <개는 훌륭하다>의 취지에 딱 맞는 챌린지였다. 모두가 함께 걸은 거리는 무려 1944km였다. <개는 훌륭하다>는 여기에 4배를 곱해서 8000kg의 사료와 영양제 1000박스를 보호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보호소는 최근 번식장 다섯 군데를 구조하는 바람에 구조견의 수만 400마리에 달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었다. 

보호소 대표는 최근 몇 달 동안 마주해야 했던 학대의 현장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그는 6월 하남의 불법 번식장에서 50마리를, 7월에는 보령에서 250마리를 구조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 지난 9월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화성의 번식장에 갔던 일도 언급했다. 400마리만 허가됐던 곳임에도 1400마리가 학대 당하고 있던, 인간의 욕심에 비윤리적 행위가 자행된 현장이었다. 

<개는 훌륭하다>의 공로와 숙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MC들은 봉사단에 합류한 우주소녀의 설아와 수빈 그리고 윤지성, 박성광과 함께 보호소를 찾았다. 그들은 보호소로 배송된 사료를 옮긴 후 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또, 바닥에 배변 패드로 사용하는 신문지를 치우고 다시 깔고, 사료 배식에 나섰다. 이어서 야외 견사 청소를 하고, 입양 홍보 포토존을 꾸미는 시간도 가졌다. 

<개는 훌륭하다>의 순기능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반려인구 1000만 명 시대에 성숙한 반려 문화를 확산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한국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했다. 또, 보호자에게 산책의 중요성을 인지시켰고, 이를 통해 많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전파했다. 물론 성급한 입양, 무분별한 애정으로 인한 문제점 등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개는 훌륭하다>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강형욱이 인간과 개 사이의 '서열'을 강조하는 부분은 자칫 인간이 개를 복종시켜서 길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또, 방송의 특성상 강형욱과 맹견이 대립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데, 이 부분이 자극적으로 발췌되어 유튜브 등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방송을 꾸준히 시청해 왔던 시청자라면 모르겠지만, 강형욱이 공격 성향의 개를 제압하는 자극적인 영상들만 부분적으로 '섭취'한다면 개에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갖게 될 여지도 있다. 또, 고민을 토로하는 보호자들에게 비난 여론이 조성된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 그들의 미숙한 양육법과 강형욱의 솔루션이 대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무엇보다 강형욱이 갖고 있는 딜레마를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그는 '입양'에 좀더 신중해야 하고, 근본적으로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심은 개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보호자에게 이사를 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모순에 빠진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기보다 목줄 통제, 리더십 향상 등 대증요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도심의 1인 가구 혹은 2인 가구가 점차 늘고 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강형욱도 괴로울 것이다. 절충안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훈련사와 방송인의 자아가 충돌한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도 힘들다. 하지만 이는 강형욱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동물보호법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반려 문화가 더 성숙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200회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개는 훌륭하다>는 분명 올바른 반려 문화 전파에 큰 공을 세웠다. 그 중심에 강형욱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꼴이다. 앞으로 <개는 훌륭하다>와 함께 강형욱도 성장해 나가면서 반려문화 성숙을 위한 좋은 답을 찾아내리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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