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찐친' 류호정·장혜영도 엇갈렸다…'집게 손' 후폭풍
‘제3지대 신당 창당’ 노선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이 이번에는 젠더 이슈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의원은 정의당 내에서 그간 ‘MZ세대 페미니스트’를 대변해 왔다.
지난달 넥슨의 인기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홍보영상에서 한 여성 캐릭터가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듯한 ‘집게손가락’을 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가 일부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달 25일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게임 업체 스마일게이트 노동자 출신인 류호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SBS 라디오에서 “다 같이 만드는 창작물 안에 조롱의 의미가 달린 그림을 넣으면 안 된다”며 “특히나 남성 소비자가 많은 서비스에 남성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표현이 들어가면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에 ‘일베(일간 베스트)’ 손 모양 마크를 교묘히 넣었다고 하면 여성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집게 손 모양 연출이 의도를 갖고 한 행위가 맞는다면 문제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또 “집게 손이라는 게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페미니스트라고 집게 손에 다 열광하는 것도 아니다”며 “저는 페미니스트인데 집게 손을 극히 혐오한다. 게임업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다른 분들이 피해받고 위축될까 걱정도 된다”고 밝혔다.
반면 장혜영 의원은 “억지 논란을 통한 페미니즘 마녀사냥의 해악”이라며 류 의원과 사실상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했다. 장 의원은 1일 SNS를 통해 “공적인 권위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억지에 과도한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함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돼왔다”며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을 통한 해악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에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커뮤니티의 억제에 불과하던 주장을 공적 논의의 장으로 가져와 정색하고 기업에 사과를 종용하며 문제 삼은 ‘반(反)페미니즘 편승 정치’의 중심에 이준석 전 대표가 있었다”며 “무거운 성찰과 함께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으라”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장 의원은 오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 단체들과 관련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집게손가락’ 논란은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첨예한 이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등이 경기 성남시 넥슨코리아 앞에서 사과문 발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에 넥슨 노조는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민주노총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비례대표 1·2번으로 제21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했던 두 의원은 그간 ▶차별금지법 ▶혼인평등법 등 다양한 이슈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며 ‘찐친’(진짜 친구)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당내 소장파 정치모임인 ‘세 번째 권력’을 구성해 제3지대 신당 창당도 함께 추진해 왔다. 지난달 27일 ‘세 번째 권력’은 ▶지역구 150명 출마 ▶200만표 이상 득표 등 신당의 내년 총선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사흘 만에 장 의원이 돌연 “세 번째 권력을 나오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사실상 갈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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