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의 숨바꼭질, 내가 보는 세상은 진실일까
[김정현 기자]
▲ 영화 <괴물> 스틸컷 |
ⓒ (주)NEW |
생각이나 기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의외성'이란 단어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하나의 사건의 이면에서 드러나는 전혀 다른 얼굴은 보는 이 혹은 경험하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과 메시지를 남긴다.
▲ 영화 <괴물>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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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어느 날 밤, 싱글맘 무기노 사오리와 아들 미나토는 집 베란다에서 건너편 건물의 화재를 바라본다. 미나토는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이야? 돼지야?"라는 기묘한 질문을 던지고 사오리는 당황한다. 이후에도 아들의 이상행동은 계속되며 물통에 흙탕물을 담아오기도 하고 갑자기 사라져 어두운 터널 안의 폐선로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아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사오리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아들을 다그치고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으로부터 "너의 뇌는 돼지 뇌와 뒤바뀌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한다.
다음 날, 사오리는 학교를 찾아가 항의하지만, 교장과 교직원들 모두 사과만 할 뿐 사오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영혼이 없는 비어있는 눈을 하고 있다. 심지어 사건의 당사자인 호리는 하루가 지나 나타나 "오해를 낳게 되어 안타깝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한다.
며칠이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미나토의 모습에 사오리는 다시 학교를 찾아간다. 호리는 "아드님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있어요. 미나토 방에 나이프나 흉기 없나요?"라고 말하고 사오리는 분노하지만, 의심이 생긴다. 미나토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는 호시카와 요리를 찾아간 사오리는 요리의 팔에서 화상자국을 발견하지만, 요리는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다. 오히려 호리가 미나토를 때린다고 말한다.
▲ 영화 <괴물>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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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어땠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어."
영화의 초반은 스릴러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아들 미나토의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무턱대고 사과하는 선생들의 비어있는 눈은 기괴한 느낌까지 든다. 미스테리한 분위기는 보는 내내 진짜 '괴물'은 누구일지 의심하고, 괴물이 틀림없이 있다고 믿게 만든다.
괴물로 의심받는 대상은 시점에 따라 연이어 달라진다. 호리 선생님, 교장 선생님, 미나토 혹은 어머니까지 괴물로 보이지만 서서히 사건의 이면이 드러나며 괴물과 숨바꼭질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숨겨진 진실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감추고 싶었던 진실은 어른들을 생각지 못한 지점으로 데려가고 그들 나름의 치열했던 이유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 영화 <괴물>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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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시 태어난건가?"
"아니, 우린 그대로인 것 같은데"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아이들에게 마저 남들과 다른 소수자의 세상은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이다. 거기에 덕담처럼 했던 '평범한 가정을 이루길 바란다'는 말은 아이를 더욱 옥죄는 감옥이 된다. 그러나 후시미 교장이 미나토에게 말한 것처럼 "몇몇 사람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라 부르지 않"아야 한다.
정체성에 국한 짓지 않더라도 세상엔 주변으로부터 괴물로 단정 지어지고, 스스로를 괴물로 의심하게 되어 버리는 일이 많다. 바로 코 앞의 진실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시선으로만 괴물이 누구인지 판단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3가지 시점으로 구성된 이유일 것이다.
"괴물은 누구게?"라는 질문에 영화는 답한다. 괴물은 누구나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닐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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