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없도록" 英마지막 판다 고국으로…군사작전급 귀환
영국의 마지막 자이언트 판다 암컷 ‘톈톈’(甛甛)과 수컷 ‘양광’(陽光)이 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행 전세기를 타고 고국으로 떠났다. 지난 2011년 성대한 환영식과 함께 영국 땅을 밟은 지 12년 만이다.
BBC에 따르면 그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머물던 톈톈과 양광은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에든버러 공항에서 특별 전세기에 올랐다. 중국 남방항공 소속의 전세기에는 좌석 대부분이 제거되고 길이 190㎝, 높이 146㎝, 너비 127㎝ 크기의 특수 철제 우리가 설치됐다. 약 13시간의 비행이다.
미닫이문과 소변판, 가림막 등이 구비된 철제 우리에 대해 에든버러 동물원은 “작아 보이지만, 꽤 공간이 큰 우리”라며 “사육사들의 주문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출국길 혼란을 막기 위해 출발 시각은 비밀에 부쳐졌다.
전세기에는 사육사와 수의사 등 양국 관계자가 모두 탑승하며, 비행의 절반 시점에서 영국 측 사육사가 중국 측 사육사에게 우리의 열쇠를 건네주는 것으로 책임도 이양한다. 최종 목적지는 쓰촨성 청두의 야생동물보호협회다.
사육사들은 판다 반환 작업을 위해 다양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른 동물 보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동물원은 지난달 초부터 판다들을 격리했으며, 비행을 대비한 훈련도 이뤄졌다. 사육사 마이클 리빙스턴은 “판다들이 아침에 늘어져 있기 좋아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출발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기상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초 톈톈과 양광의 임대 계약 기간은 10년이었다. 코로나19로 2년을 더 머물렀고, 최소 8차례의 번식 시도에도 성공하지 못하며 영국에는 이제 판다가 남지 않게 됐다.
그간 동물원 측은 매년 79만 파운드(약 13억원)를 중국에 지불했으며, 서식지 조성과 사육사 임금 등 관리 비용은 별도로 지출했다. 다만 톈톈과 양광이 동물원에 도착한 후 1년 만에 입장권 판매량이 50% 상승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 주말 영국 전역에선 톈톈과 양광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려는 인파가 몰려 길게 줄을 늘어섰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로렌 달링(35)은 “어쩌면 7살 아들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판다를 볼 기회라고 생각해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판다는 외교·정치적 상징성이 커 영국의 판다 추가 대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에든버러 동물원 측은 “새로운 판다가 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3살 판다 푸바오도 번식이 가능해지는 내년 중국으로 돌아간다.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는 2031년까지는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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