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기대되는 주종혁의 새 얼굴 [D:인터뷰]

류지윤 2023. 12. 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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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밴드 결성, 새로운 즐거움"

영화 '만분의 일초'는 도복을 입고 호면 안에서 번뜩이는 분노를 표출하는 주종혁의 새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속 재우는 형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 분노와 승부욕으로 점철돼 있다. 검이 칼날처럼 미끄러지고 부딪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만분의 일초'로 승부는 끝이 난다.

영화 '만분의 일초'는 0%의 확률을 깨뜨릴 0.0001%, 그 찰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 치열한 기록을 그린 작품으로, 주종혁은 검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하는 재우 역을 맡았다. 재우는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한 태수(문진승 분)로 인해 어린 시절 형을 잃은 인물이다. 재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시간 속에 자신을 가둬버렸다. 주종혁이 재우를 만나면서 가장 처음 든 감정은 안쓰러움이었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재우의 복합적인 감정, 아버지에 대한 원망, 태수를 향한 복수심과 승부욕 등이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부터 참고 있던 게 검도관에서도 표출이 안되는 걸 보고 안쓰럽게만 느껴졌어요. 이후 계속 들여다보니 점차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누군가 그런 아픔과 상처가 있겠지만 저는 빠르게 이겨내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안고 가는 사람도 있겠죠. 재우는 그런 사람인 거예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니 이해가 됐어요. 재우의 내면이 검도라는 소재와 붙으며 검도 안에서 표현이 잘 된 것 같아요."

극 중 재우의 아버지는, 아들을 죽였음에도 불구 태수를 품는다. 태수가 국가대표 선발전 에이스인 것도 재우의 아버지의 보살핌과 훈련 덕분이다. 재우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주종혁 역시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감정과 상황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형을 죽인 사람인데 소년원에 가서 검도를 가르치는 게 말이 되나.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죠. 우리 같은 마음이 일반적인 재우의 마음일 겁니다. 검도인으로 영화를 바라보니 100% 아버지를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검도라는 미덕 안에서는 가능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주종혁은 재우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두 달 전부터 훈련을 받았다. 주종혁은 검도 기술을 열심히 배웠지만, 그보다도 검도에 임하는 자세에 집중했다.

"촬영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광화문에 있는 체육관에서 훈련 받았어요. 처음에는 조금만 하면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하면 할 수록 절대 아니었어요. 용인대 가서 친구들이 하는 모습을 보니, 한 두달 해서는 절대 나올 수 있는 내공이 아니었어요. 검도는 내공이 굉장히 중요한 운동이더라고요. 실제로 촬영할 때 용인대 선수들과 같이 합숙했는데 임하는 자세나, 두건 두르고 호면 쓰는 방법 등을 물어봤어요. 검도의 스킬은 제가 흉내낼 수 없어서 자세나 기세를 배우고 따라 하려고 했어요."

검도복을 입고 호면을 착용한 채 연기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체력도 많이 소모됐고 연기와 검도 기술 등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았다.

"NG가 굉장히 많았어요. 검도복이 커서 달리기 하는 장면에서 검도복이 계속 밟혀 넘어지기도 했죠. 제가 앞질러나가야 하는 상황이 많았거든요. 또 호면을 쓰면 귀에 닫혀서 잘 안 들려요. 진짜 컷 소리도 못 들어서 혼자 계속 연기한 적도 있었어요. 시야가 차단되는 연기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태수를 이기려는 재우의 분노의 이면에는 자신을 돌파하려는 뜨거운 열망으로도 보인다. 이 시간을 뚫고 한계를 벗어나야 그제야 재우의 시간을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잔뜩 들어간 힘을 풀 때를 알아야 한다. 주종혁은 재우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봤다.

"힘을 많이 빼야 하는 걸 다시 느낀 현장이었어요. 저도 오디션을 처음 볼 때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자꾸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고도 했고요. 제 스스로가 여유로워지니 잘 봐주시더라고요. 문제점을 본인에게서 찾고 여유를 갖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최근 주종혁의 관심사는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다. 아직 밴드의 이름은 짓지 않았지만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내년 1월 지인들을 초대해 공연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랜 친구들과 모여 밴드를 하고 있어요. 친구들 이름 다 말해도 되나요? 보컬에 임투철, 배우 박성준이 기타와 보컬, 배우 이재현이 메인 기타를 하고 있고요. 저는 베이스고 드럼에는 김진형, 유의태, 연기를 하다 영화 유튜버를 하고 있는 이재원이라는 친구는 건반을 맡고 있어요. 밴드 결성은 8개월 정도 됐어요. 오아시스, 데이식스 등 다양한 장르의 9곡을 커버했어요. 자작곡도 하나 발표하려고 해요. 저희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어요. 1월에 지인들 위주로 공연을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하하."

연기가 즐겁다는 주종혁은 조금 더 재미와 깊이를 다지기 위해 스터디를 꾸리려고 한다. 다채롭고 새롭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이다.

"너무 연기를 가볍게 접근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생각과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계속 노력하는 배우로 보이고 싶어요. 그래서 스터디도 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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