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美 전기차·신재생 브레이크…바이든 기후정책 시험대

권해영 입력 2023. 12. 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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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IRA 해외우려기업 구체화
中 지분 25% 이상이면 보조금 못 받아
대중 견제에 바이든 기후정책 부담
태양광·풍력발전도 자금난에 사업중단, 줄파산
블룸버그 "美, 2050년 넷제로 달성 실패"

'기후 대통령'을 자처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행 과정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미 재무부가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을 구체화하며, 가뜩이나 부진한 전기차 시장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재생에너지 기업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조이기'가 친환경 정책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이 "IRA 보조금 폐지" 등 대수술을 예고했다. 그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어,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넷제로를 향한 미국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美, '中 배제' FEOC 가이드라인 발표…전기차 보급 주춤하나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IRA상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가 넘는 합작법인을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은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하는 IRA를 통과시키면서 대(對)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FEOC 규정을 넣었는데, 지난 1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나온 내용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이나 제3국 등 중국 밖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IRA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는 꼼수를 부리자, 이를 전면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외에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를 받는 기업 지분이 25%를 넘어도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FEOC가 생산한 부품은 내년부터,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FEOC 규정이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중국 정부 지분이 25%를 넘는 기업과 합작사업을 진행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미 반도체지원법(CSA) 규정과 유사해 예상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이번 FEOC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후 대응'과 '중국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 기업이 배터리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일부 남겨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은 FEOC 규정 발표 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부품 제재와 관련한 "차선책(workaround)"을 모색하고 있다며 규제 수위를 더 올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금리 직격탄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IRA 보조금 지급 대상까지 줄어든 것은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환경 정책의 주요 정책인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자동차 제작사 포드는 자사 전기차인 머스탱 마하-E가 이번 FEOC 규정으로 더 이상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규정이 본격 발효가 되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차량 모델이 더 줄어들 수 있다"며 "과거 규정 마련 첫 단계에서 보조금 수령 자격을 얻었다고 판단한 모델들이 일단 부품·광물과 관련한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고 나면 자격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로펌인 베이커 보츠의 엘리 힌클리 파트너는 "중국산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모든 전기차 부품을 소싱하려고 노력한다면 물류상 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더 비싼 제품을 생산하게 될 공산이 크다"며 "(중국산 부품 사용이 금지되는) 내년은 연습이 아니다. (실전이다.) 공급망을 구축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발전 프로젝트 중단 잇따라…"2050년 넷제로 달성 실패"

전기차 보급 외에도, 태양광·풍력 등 바이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전반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인 풍력발전은 IRA 발효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위기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파고가 풍력발전 업계를 덮치면서 기업들의 조달비용이 급등했고, 원자재·인건비가 치솟아 수익성이 악화됐다. 당장 미국 기준금리만 하더라도 IRA가 발효된 지난해 8월 2.5%에서 현재 5.5%로 3%포인트나 뛰었다. IRA 시행 1년 만에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자취를 감추며 업황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정부 인허가, 날씨에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항상 보장하기 어려운 간헐성, 전력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계통 문제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근본적인 한계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재생에너지·전기차 업체의 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태양광 금융회사인 선라이트 파이낸셜 홀딩스는 지난 10월, 전기버스 제조사인 프로테라는 두 달 앞선 8월에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중단 사례도 이어졌다. 에이번그리드는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코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와 체결한 풍력발전 건설 계획을 파기했다. 위약금으로 각 주에 지급한 금액만 각각 4800만달러, 1600만달러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치솟은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 내 석유 생산을 확대해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듯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 불참했다.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를 둘러싼 엇갈린 흐름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S&P 글로벌 청정에너지 지수는 올 들어 29.1% 하락했다(지난달 20일 기준). 반면 S&P 석유·가스 탐사·생산 지수는 같은 기간 8.8% 상승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큰 방향에 변화는 없다. 다만 IRA와 고금리·고물가 등 다양한 문제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기후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현재 5.3Gt(기가톤)에서 2050년 2.3Gt으로 줄어드는데 그칠 전망이다. 미국이 내세운 2050년 넷제로 목표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을 놓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생산을 극대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IRA를 대수술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투자 회사인 그린 알파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가빈 자부쉬는 "새로운 (석유·가스) 탐사, 발견, 시추, 발전, 내연기관과 화석연료 발전소에 대한 모든 투자는 우리를 기후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며 "넷제로에 도달해야만 하는 시간표가 너무 짧다"고 진단했다. 파르나소스 투자의 창업자인 제롬 덧슨은 "녹색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 현실에 기반을 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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