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스팩]①스팩 합병 상장사 17곳 중 상장 후 2곳만 주가 올라
스팩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 본질가치 대비 할증
3분기 분기 보고서 제출한 스팩 합병 상장사 15곳 중 13곳이 적자
올해 스팩(SPAC) 스팩 상장·합병 등이 역대급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스팩 활황에도 기업 고평가 논란, 뒷문 상장 논란 등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달 말까지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은 17곳이다. 이달 상장 예정인 1곳을 포함하면 올해 모두 18곳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것이다. 이는 2017년(21곳)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스팩 합병이 활기를 띠면서 신규 스팩의 상장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신규 상장한 스팩은 32곳이다. 이달 중 상장하는 4곳을 더하면 올해 신규 상장하는 스팩은 36개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에는 45개가 신규 상장했다.
2009년 도입된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이 목적인 특수목적법인이다. 신주를 발행해 공모자금을 모아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기업이나 코넥스 상장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스팩 주식 매매로 기업 인수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합병 대상 기업은 상장돼 있는 스팩과의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게 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합병유입금(공모자금)을 심사 청구 초기부터 확정지을 수 있고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며 시장 인지도가 낮은 기업은 가치 평가에 유리할 수 있는 점 등이 스팩 합병 상장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면서 "스팩 합병 상장 기업 수는 해마다 15개사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며 증권시장 신규 상장 방법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팩의 성장과 더불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스팩 상장 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다. 스팩 합병 상장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 절차가 없고 비교군 없이 절대적인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합병비율 등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줄곧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2019∼2022년 9월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분석한 결과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은 본질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스팩 합병 상장 기업들을 보면 상장 이후 실적이 대체로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17개 종목 중 3분기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15곳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됐다. 15곳 중 13곳이 적자를 기록했는데 10곳은 적자 전환했고 3곳은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두 곳도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 이들 상장사 중에는 합병 비용을 일시적 비용으로 반영해 적자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누적 영업이익의 경우에도 개선된 곳보다는 악화된 곳이 많았다. 15곳 중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곳은 4곳에 그쳤다. 이와 달리 4곳은 적자 전환했고 2곳은 적자 규모가 확대됐으며, 4곳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1곳은 적자 규모가 축소됐다.
실적뿐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대체로 부진한 모습이다. 17개 종목 중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른 곳은 2개에 그쳤다. 라온텍(35.98%)과 엑스게이트(28.76%)만 상장일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화인써키트와 셀바이오휴먼텍은 상장일 종가 대비 지난 1일 종가가 60% 넘게 하락했다. 율촌(-58.8%)·세니젠(-48.82%)·벨로크(-42.65%)·팸텍(-38.06%) 등도 주가 하락폭이 컸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팩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비상장 중소기업들에게 상장 기회가 될 수 있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대한 비교적 안전한 투자수단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하지만 피합병 기업의 과대평가 가능성,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는 과도한 추종매매의 가능성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스팩의 고평가 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를 의식한듯 스팩 합병을 계획 중인 일부 기업들은 몸값을 낮췄다. 하나금융25호스팩은 지난 달 24일 정정 주요사항 보고서에서 피아이이와 하나금융25호스팩의 합병비율을 1 대 0.9002521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5월 처음 합병 결정 당시 합병비율은 1 대 0.7386615였으나 10월31일 정정 주요사항 보고서를 내고 합병비율을 1대 0.8140671로 조정한 데 이어 다시 한번 합병비율을 조정했다. 하나금융25호스팩 1주당 교부해야 할 피아이이 주식이 당초 0.73주에서 0.90주로 늘었다. 하나머스트7호스팩도 지난 달 23일 정정 주요사항보고서를 내고 사피엔반도체와의 합병비율을 1 대 0.1304648로 정정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지난 6월 첫 합병 공시 당시에는 1 대 0.1086420이었으나 지난달 14일에는 1 대 0.1119482로 정정했고 이를 다시 조정한 것이다.
파두 사태 등으로 상장 심사는 더욱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상장심사에서 기업의 계속성, 적정한 공시, 향후 기업 안정성을 주로 본다"면서 "스팩도 향후 매출과 경영 안정성, 영업 계속성 판단할 때 매출 등이 뻥튀기 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뻥튀기 상장을 막으려면 공시 의무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남종 연구위원은 "스팩의 정보 비대칭과 피합병 기업에 대한 고평가 가능성을 완화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에 기반한 중장기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스팩의 합병가치 산정 방식 등에 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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