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 유지태 “나만의 정의를 실천하며” [쿠키인터뷰]

이은호 2023. 12.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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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성폭행한 40대 남성은 교도소에서 7년간 복역한 후 석방됐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어려워져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축구선수에게 경기장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그때 박사 과정을 밟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제가 데뷔 26년 차인데요. 이제 배우로서 중간 정도 산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과를 내기가 힘들 수도 있죠. '비질란테'는 이런 제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젠 학사(대학생)들도 저를 보고 있으니 더 큰 책임감을 안고 작품에 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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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지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40대 남성은 교도소에서 7년간 복역한 후 석방됐다. 시민들은 그의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한 방송사가 남성의 신상을 공개한다. 며칠 뒤, 남성은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대 재학생 김지용(남주혁)이 그를 죽였다. 사람들은 그를 비질란테(자경단)라고 부르며 환호한다. 지난달 29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 ‘비질란테’는 느슨한 사법기관에 대한 대중의 불신에서 시작한다. 김지용은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라”라며 흉악범들에게 철퇴를 휘두른다.

외신으로부터 “올해 디즈니+가 내놓은 최고의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영국 NME)라고 호평받은 이 작품에서 배우 유지태는 김지용을 추적하는 경찰 조헌을 연기했다. 지난 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 속 조헌과 닮아 있었다. “사회 모순을 이해하는 어른”이라는 점이 그렇다. 유지태는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기가 얼핏 쉬워 보여도 문제가 따른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라며 “사회의 부정·부패와 모순, 부조리를 겪어본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으로서 어른 조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에서 지용은 조커처럼 혁명을 꿈꾼다. 불완전한 사법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다. 반면 조헌은 세련된 보수주의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인물”이라고 유지태는 봤다. 드라마는 두 인물의 정의관을 충돌시키며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유지태는 조헌의 정의관에 더 공감했다고 했다. “사회엔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해요. 법이나 정의에도 딜레마가 있고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가 모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각자 느끼는 정의는 있을 거예요. 그걸 자기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인이라고 생각해요.”

‘비질란테’ 촬영 현장 속 유지태. BH엔터테인먼트 

유지태는 영화인으로서도 조헌과 닮았다. 상업 배우로 활동하되, 상업영화 시스템이 돌보지 못하는 곳을 그는 주목한다. 2012년부터 이어온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행사가 대표적이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의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가 이 행사를 거쳐 갔다. ‘비질란테’를 연출한 최정열 감독의 전작 ‘글로리데이’도 지원했다. ‘비질란테’ 홍보 차 출연한 웹예능 ‘살롱드립’에서 언급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신체 접촉이나 노출 장면을 촬영할 때 촬영 환경이나 배우 상태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직종) 역시 온라인에서 관심 받았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유지태는 자신이 하는 사회활동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독립영화 특별상영회 등으로 성취감을 느낀 감독들이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훗날 성공해 후배 감독들을 지원하고…. 이런 순환이 이어지며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것”이라며 “이런 사회활동을 통해 배우라는 직업을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등으로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끈 배우는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올해 건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사”들을 가르친다.

“코로나19로 영화계가 어려워져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축구선수에게 경기장이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그때 박사 과정을 밟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제가 데뷔 26년 차인데요. 이제 배우로서 중간 정도 산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과를 내기가 힘들 수도 있죠. ‘비질란테’는 이런 제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이젠 학사(대학생)들도 저를 보고 있으니 더 큰 책임감을 안고 작품에 임하려 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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