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계대출 증가 부추기는 오락가락 정책

2023. 12. 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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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이다.

고금리 상황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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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80% 이상은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가계대출 잔액은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지친 가계의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부동산시장에만 자금이 집중되게 해 경제 성장동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가계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자금 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최근 상황은 과연 정부가 가계대출을 줄일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감소하던 가계대출이 올해 2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하자 정부는 9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특례보금자리론의 한도는 90% 이상 소진된 상황이었다. 더욱이 정부는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이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은 한도를 초과해 내년 1월까지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고금리 상황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행보다. 지난 10월에만 해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시중은행에 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11월부터 갑자기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 혼선은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이와 함께 주택공급과 금리,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 또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0%와 57.2% 감소했다. 이는 2~3년 뒤에 신축주택 공급이 급감할 것을 나타낸다.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최종 수준에 이르렀고 향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은이 발표한 11월 주택가격전망CSI도 여전히 100보다 큰 102로 1년 뒤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수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고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며 가계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예외 적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DSR 규제는 연간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연간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대출 규제다. 그런데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 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너무 많은 종류의 대출이 DSR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DSR 규제를 강화해도 예외조항이 많으면 가계대출 증가를 막을 수 없다. 또한 만기일시상환 방식 대출에 가산금리를 높여서 금융소비자들이 원금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기일시상환 방식 대출의 경우 매달 이자만 상환하다가 만기에 대출기간을 연장하기 때문에 가계대출이 감소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신축주택 공급을 늘릴 방안을 마련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꺾어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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