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기준시가…실거래가 13억 내렸는데 "2억 올랐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입력 2023. 12. 5. 00:41 수정 2023. 12. 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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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국세청이 지난달 17일부터 오는 8일까지 오피스텔과 상가 등 상업용 건물 229만실의 내년도 기준시가 안을 열람하고 있다. 대상이 주택·토지에 밀리는 상품이고 기준시가 용도가 많지 않아 재산세 등 보유세를 좌우하는 공시가격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 ☞ 기준시가는

「 전국 오피스텔과 수도권, 부산 등 5개 지방 광역시, 세종시에 있는 3000㎡ 이상이나 100실 이상 구분 소유된 상업용 건물의 9월 1일 기준 가격이다. 숙박시설도 포함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산정하고 국세청이 가격 반영률을 적용해 발표한다. 주택 공시가격과 달리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에는 쓰이지 않고 시가를 알 수 없는 부동산의 상속·증여·양도세 과세에 활용된다.

하지만 공시가격·공시지가 등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정부의 부동산 공인가격 발표 시리즈의 시작인 만큼 끊이지 않는 가격 산정 정확성 논란 속에 얼마나 제대로 시세를 반영했는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시그니엘이 들어서 있는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 중앙포토


비슷하면서 다른 기준시가·공시가격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초미의 관심인 아파트 공시가격의 전초전 성격이다. 둘 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산정하고 구조가 비슷해 산정방식이 사실상 같다. 아파트 대체재로 불리는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아파트 공시가격과 같은 추세로 움직일 것 같지만, 다소 차이를 보여 의아스러울 때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내년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2005년 고시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전국 -4.78%).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말이다. 2021년 이후 금리 급등 여파로 급락을 경험한 아파트 공시가격과 달리 오피스텔엔 한파가 뒤늦게 찾아온 셈이다. 아파트 공시가격과 오피스텔 기준시가의 서로 다른 움직임은 상품 특성만이 아니라 일부 산정 기준과 확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 오피스텔 등 기준시가 열람 중
아파트 공시가와 닮은 듯 달라
역대 첫 하락에도 해운대 상승
실거래 추세와 달라 부실 의심

김경진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주택시장의 변두리 2차 상품이어서 먼저 직격탄을 맞는 아파트보다 한풀 둔화한 시장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산정 기준 시점이 4개월 차이난다. 기준시가가 9월 1일, 공시가격은 1월 1일이다. 시장이 요동칠 때 4개월 시차의 시장은 딴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적정가격(시세)을 공시가격·기준시가 결정에 적용하는 비율(공시가격 현실화율, 기준시가 가격 반영률)이 다르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2년 71.5%까지 줄곧 높이다 올해 69%로 낮췄다. 현실화율 하향 조정만으로 공시가격이 3.5% 내리는 효과가 있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기준시가의 가격 반영률은 올해 84%로 지난해와 같다. 내년도 기준시가 안은 1%포인트 낮춘 83%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19.78%의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반대로 6.24%의 상승률을 보인 데는 이런 사정이 얽혀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아파트값은 지난해 초부터 이미 급락하기 시작했지만 오피스텔값은 지난해 8월까지 계속 오르다 9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다 보니 내년도 기준시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락장에도 꿋꿋한 '위풍재'

지난해 아파트 공시가격 폭락 장에도 큰 폭으로 오른 단지가 있었다. 서울 용산과 뚝섬 일대 초고가 주택인 나인원한남·한남더힐·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이다. 이들 단지의 공시가격 상승에 대한 설명의 하나가 ‘위풍재’(威風財, Prestige Goods)다. 이는 가격과 수요가 반비례 관계인 일반적인 수요·공급 법칙을 따르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늘어나는 재화를 말한다. 권대중 경희대 교수는 "희소성과 과시욕 등이 작용하고 풍부한 자금력으로 뒷받침되는 초고가 시장은 금리 상승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위풍재 효과인지 주요 초고가 오피스텔의 내년도 기준시가가 큰 폭의 하락을 면했다. 내리더라도 미미하게 내리고 소폭 오르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123층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레지던스 70층 2130㎡(이하 건물면적)가 277억8800만원에서 277억3000만원으로 0.2% 내렸다. 2021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인 더펜트하우스청담 등 초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 622㎡는 57억4100만원에서 57억8590만원으로 0.8% 상승했다.

서울 강남의 내로라하는 오피스텔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오피스텔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부산 해운대에서다. 현대카멜리아·WBC더팰리스·해운대아델리스·트럼프월드센텀2 등이 5%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해운대아델리스 506㎡가 37억400만원에서 39억5200만원으로 6.7% 상승했다.


기준시가 뛴 해운대, 실거래가는 하락

해운대 초고층 복합단지인 엘시티의 생활숙박시설인 엘시티더레지던스는 10% 넘게 올라 이들 오피스텔보다 더 올랐다. 이 단지 94층 434㎡가 25억7000만원에서 28억4800만원으로 10.8% 상승했다.

가장 높은 왼쪽 건물에 생활숙박시설인 엘시티더레지던스가 들어서 있다. 내년도 기준시가 안이 올해보다 10%가량 올랐다. 중앙포토

그런데 이들 단지의 실거래가를 확인한 결과 올해 하락 추세가 뚜렷해 내년도 기준시가 산정이 정확한지 의문스럽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지난해 45억원에서 올해 32억원으로 내린 엘시티더레지던스 337㎡ 기준시가가 17억3500만원에서 19억2300만원으로 2억원가량 올랐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당 평균 실거래가는 지난해 2600만원에서 올해 2000만원으로 20% 정도 내렸다.

현대카멜리아 등 오피스텔의 전용면적 ㎡당 평균 실거래가도 지난해 1211만원에서 올해 1020만원으로 16% 하락했다. 지난해 2월 20억원에 거래된 트럼프월드센텀2 315㎡가 올해 16억원에 팔렸다.

엘시티더레지던스는 해운대 앞바다 조망이 뛰어나 고층과 저층 간 가격 차가 큰데 올해 기준시가는 거꾸로 일부 저층이 더 비쌌다. 387㎡만 하더라도 22층이 23억1400만원이고 최고층인 94층은 22억9000만원이었다. 저층·고층 기준시가 역전은 올해만 보이고 내년도 기준시가 안은 고층에서 높다. 해안 고층 선호도가 커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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