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선 9980원, 호텔 30만원…성탄 케이크 둘다 잘 팔리는 이유
연말이면 평소보다 3배가량 판매량이 늘어나는 케이크에 ‘양극화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가성비’를 높인 1만원 이하의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등장했고, 특급 호텔은 이보다 30배 비싼 30만원짜리 한정판 상품을 출시했다.
4일 주요 대형마트는 일제히 1만원 안팎의 케이크를 내놨다. 지난 10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해 케이크 가격이 8.3%(통계청) 오른 것을 고려하면 ‘마른 수건도 쥐어짠’ 가격이다. 밀가루·설탕 등 재료를 미리 확보하고, 포장과 디자인을 일부 변경해서다. 고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MZ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푸드는 이날부터 9980원짜리 캐릭터 케이크를 이마트를 통해 선보인다. 지름 15㎝짜리 반쪽 축구공 모양으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떠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 딸기와 생크림 등도 여느 케이크와 비슷하게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같은 가격으로 ‘빵빵덕’ 캐릭터 케이크를 선보여 3주일 만에 1만5000개를 판매했다”며 “올해는 ‘꽃카’ 캐릭터를 활용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6개월 전부터 원재료 수급을 준비하고 포장 디자인을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도 오는 14일까지 사전 예약한 회원에 한해 1만원대에 케이크를 판매한다. 평소보다 30% 할인했다. 김진숙 홈플러스 베이커리상품기획팀 부장은 “직영 공장에서 케이크 재료를 반죽한 뒤 각 점포에 보내는 방식으로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요 특급 호텔들은 ‘특별한 이벤트’로 기억되기 바라는 고가의 케이크를 내놨다. 서울 신라호텔은 ‘더 테이스트 오브 럭셔리 케이크’를 30만원에 시즌 한정으로 판매 중이다. 지난해 가장 비싸게 내놓았던 25만원짜리 ‘얼루얼링 윈터’보다 5만원 더 비싸다. 이 호텔 관계자는 “겨울 트러플과 프랑스 디저트 와인 샤또 디켐 등 고급 재료를 넣었다”며 “최소 3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재료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제품 한 개를 완성하는 데 24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겨울 트러플은 맛과 향이 뛰어난 고가의 식재료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4종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브라이트 화이트 트리’(28만원)는 30개 한정 제작했다. 280개 슈거 크래프트 나뭇잎 장식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17종의 케이크를 출시했다. 이 중 ‘메리 고 라운드’가 25만원으로, 지난해 20만원에서 25% 올랐다. 서울 롯데호텔은 7만5000∼15만원에 케이크를 판매 중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연말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는 수요는 꾸준하다. 한정판 케이크는 매년 완판된다고 보면 맞다”며 “올해는 사전 예약을 통한 판매가 늘어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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