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설득 말고도 많다…중대재해법 50인 미만 '2년 유예' 넘을 산

나상현 2023. 12. 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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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점을 2년 더 유예하기로 공식화했지만, 법 개정을 위해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적지 않다. 공식 사과 및 로드맵 마련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최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2년 뒤에 또다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경영계의 주장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2년 유예를 논의할 수 있는 조건으로 3가지 원칙을 분명히 말했다”며 “이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유예를 논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밝혔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지원 방안 마련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 등 3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중소기업 공동 행위 보장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통과도 이날 제안했다.

적용 유예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2021년 1월 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부칙으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 50억 미만 공사에 대해선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중대재해법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준비 기간을 준 것이다. 하지만 2년의 유예기간에도 여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경영계 호소가 나오면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추가로 2년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차준홍 기자


최근 야당도 ‘조건부 동의’로 기류가 바뀌면서 당정은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당정은 이달 중에 ‘50인 미만 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야당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다만 ‘공식 사과’나 ‘준비 계획’과 관련해 야당이 어느 정도 수준을 요구할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1일 비상경제차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50인 미만 적용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며 준비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나가긴 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야당에)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노총의 복귀로 노사정 대화 체제가 재가동된 만큼 정부로서도 ‘노동계 패싱’은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노총은 지난 1일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직후, 항의성으로 당일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부대표급 회의에 불참했다. 경사노위는 ‘일시적인 불참’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오는 14일로 예정된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4자 대표자 회의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김영옥 기자


결국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노동계에선 2년 뒤에도 똑같이 ‘준비가 덜 됐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의 6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법 적용을 미루는 대신 확실히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644명 중 60.2%인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공단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지만, 컨설팅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 1만4000여곳, 올해 1만6000여곳 등 총 3만여곳에 불과하다.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68만곳)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효과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크다. 행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대표는 “컨설팅을 받아봤지만, 여전히 중대재해법에 대응할 자신은 없다”며 “내용 측면에서도 제조업 중심으로 짜여있다 보니 다른 업종엔 크게 도움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중소기업들에 대한 업종별 맞춤형 컨설팅을 내실 있게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안전관리자 급여를 일부 보조하거나 노후화된 시설 보강을 지원하는 등 50인 미만 사업장에 정말 필요한 대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특히 건설업이나 조선업 등에선 임시직·비정규직 중심으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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