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수출 중단한 中 기업 대표들 회의, 경제 당국도 참석
지난달 중국 비료 관련 협회가 요소 수출 자제를 결정한 회의엔 중국 경제 당국자가 입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질소비료협회가 '수출 자율 제한'을 결정한 회의에 주요 기업 대표들과 함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들도 참석했던 것이다. 발개위는 중국의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부처다.
중국 질소비료협회는 지난달 17일 ‘중국 비료 기업 동계ㆍ춘계 수급 회의’를 개최했다. 당일 회의에는 14개 주요 질소 비료 생산 기업과 발개위 경제무역부 담당관들이 참석했다. 요소는 질소 비료의 한 종류다.
회의 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발개위 측은 비료 공급 및 가격 안정화 현황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발개위 관계자는 ”비료 기업의 가격 안정이 시장의 수급 균형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내년 봄 비료 준비 및 국가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료 기업들은 “화학 비료 생산에 대한 국가 및 관련 기업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하다”며 “정치적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비료 시장의 공급 및 가격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 제한 조치는 이 자리에서 언급됐다. 비료 기업들은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협회의 제안에 따라 수출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겠다”며 “업계는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적이라고 했지만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부서와 비료 업계 ‘큰손’들이 참석한 회의의 결정인 만큼 비료 수출은 사실상 이날부터 중단된 셈이다.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달 17일 중국 질소비료협회가 회원사의 질소 비료 수출을 자제하고 중국 내 우선 공급할 것을 제안한 문서를 발표한 이후 요소 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왔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이후 지난달 30일 실제 통관 중지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12월 1일 중국 발개위와 해관총서, 상무부, 외교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질 없는 통관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 비료네트워크망에는 지난달 19일부터 요소 수출 법적 검사 기간을 60일로 연장하기로 했으며 내년도 요소 수출 할당제 시행이 예정돼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수출 할당제 시행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해관에 따르면 요소 수출 물량은 지난 9월 119만톤에서 10월 56만톤으로 전달 대비 53% 감소한 상태다. 중국 내 하루 요소 생산량은 현재 17만5000톤으로 파악됐다.
이날 정 대사는 “한국 측의 요소 통관 요청에 대해 중국 발개위는 관련 내용을 적시에 파악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질소비료협회 측은 요소 수출 관련해 어떤 공지도 올리지 않은 상태다. 대사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중단과 관련해 한국 측에 어떠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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