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K-POP 배워요…폐교 위기 벗어난 농어촌 학교 비법은

장윤서 2023. 12.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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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거제시 장목예술중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커버곡 영상. 사진 장목예술중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예술중학교는 2년 전만 해도 입학생이 8명뿐인 폐교 위기 학교였다. 하지만 지난해 신입생이 28명으로 3배 넘게 늘어나더니, 예술중학교로 지정된 올해는 입학 경쟁률이 3대 1에 달했다.

이 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교육과정 덕분이다. 장목예술중은 2021년부터 케이팝(K-POP) 등 실용음악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화성학 같은 심화 과목을 가르치고, 발라드, 밴드 등 장르별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학생들이 직접 커버곡 영상을 만들어 학교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한다.

장목예술중은 경남 지역의 유일한 예술중학교다. 폐교 위기 학교에서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학교가 됐다. 박상욱 교장은 “모든 학생이 건반은 기본이고, 드럼이나 기타 같은 악기 하나씩은 하고 있다”라며 “지역 행사들에서도 공연 요청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살아남거나, 사라지거나…이런 학교 1362곳


2022년 폐교한 충남 논산 대명초등학교. 중앙포토
4일 교육부는 장목예술중을 비롯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지역의 우수 학교 14곳을 ‘2023 농어촌 참 좋은 학교’로 선정했다. 초등학교 10곳,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2곳씩이다. 폐교 위기를 벗어난 소규모 학교의 비법을 공유하고, 확산한다는 취지다.

소규모 학교의 대부분은 비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다. 2022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63곳 중 22.1%인 1362곳이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였다. 2002년 548곳에서 20년 만에 2.5배 증가한 셈이다. 이중 전북이 203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201곳), 전남(199곳) 순이었다.

폐교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전국 초중고 3922곳이 문을 닫았다. 이 중 193곳은 최근 5년 새 사라졌는데, 88.6%(171곳)가 비수도권이었다.


승마 가르치고 오케스트라 창단도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초 학생들이 임자도 해변에서 승마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금성초
이런 위기에서 지역 학교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자구책을 만들고 있다. 폐교를 막기 위해 학부모, 지자체까지 나선 경우도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초는 스포츠 특화 학교다. 4대강 중 하나인 영산강이 가까워 8년 전부터 영산강 자전거 도전 활동을 이어왔다. 1학년부터 보조 바퀴가 달린 네발자전거 활용법을 가르쳐 졸업 전까지 영산강을 종주하는 활동이다.

2022년부터는 승마 교육도 시작했다. 연 20회 교육을 해 혼자 말에 탈 수 있게 된 학생도 20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른 지역 학부모의 관심도 높다. 서울과 경기에서 농촌유학을 하러 온 학생 3명도 재학 중이다. 양희영 금성초 교사는 “학교 주변에 문화시설이나 학원이 전혀 없는데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라며 “승마를 시작하고 외부에서 입학 문의가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예술 교육을 접목하거나, 지역 사회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다수 선정됐다.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초는 지역 예술가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전남 신안군 도초고등학교는 섬마을이라는 지역의 문제를 분석, 해결하는 ‘커뮤니티 맵핑(시민참여형 지도)’을 개발했다.

교육부는 8일 성과발표회를 열고 14개 학교와 교원에 대한 시상을 진행한다. 이들 학교의 우수한 성과는 사례집과 동영상을 통해 확산할 계획이다.

김태훈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농어촌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한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신뢰하는 성공적인 학교 운영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어촌 지역의 경쟁력 있는 학교 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우수 학교를 육성·지원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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