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안전한 나라인줄…” 난민심사에 집단 노숙 3개월
일본에서 난민 인정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급증하는 가운데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남성들이 도쿄 시내 공원에서 3개월째 집단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난민 인정 심사를 통과할 때까지 취업할 수 없고 공적 지원도 받지 못해서다. 가뜩이나 일본은 난민 인정을 받기 어려운 나라인 데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4일 도쿄신문은 지난달 6일 밤 주택가의 한 공원에서 노숙 중이던 20명의 난민 무리를 만나 나눈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들은 “우리는 난민이다. 일본은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해 왔다”며 말문을 뗐다. 분쟁이나 반정부 운동에의 탄압이 계속되는 모국을 떠나 각각 8월 이후에 따로 일본에 들어왔다고 했다.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난민 인정 신청 후 머물 곳이 없어 자연스럽게 공원에 모여 서로 돕게 됐다고 전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었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서서 지낸다고 했다. 고열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은 취재진에 “일본은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럴 줄 몰랐다”며 “앞으로 존중받으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난민 신청은 민간비영리단체(NPO)인 난민지원협회에서 돕고 있다. 협회는 일시적인 체류 장소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공간 추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공원에서 취재진이 만난 남성들은 다른 지원단체가 11월 중순에 머물 장소를 마련해줬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11월 말까지 10명 정도의 노숙자가 공원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협회에 따르면 난민 인정 신청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평균 약 4년이 걸린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친척이나 지인 등 도와줄 사람이 없다. 보유자금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 외무성은 심사 중인 사람들에게 생활비로 ‘보호비’를 지급하지만 이 역시 신청·심사 후 실제 받기까지 수개월에서 반년이 걸린다. 일시적인 취업허가를 위한 출입국체류관리청 절차는 8개월 정도 걸리기도 한다.
노숙자가 많아지면서 지역 주민과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난민지원협회 홍보부의 다나카 시호씨는 “주민들이 불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낯선 외국인들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들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고 옹호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난민 문제가 곧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일본의 난민 인정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난민 인정 신청자 3772명 중 인정된 사례는 202명에 불과했다.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인원만 1만143명이었다. 그런데도 난민 신청자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이 지난해 가을 완화된 이후 관광비자로 일본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늘었다.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발발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협회 등 3개 지원단체가 확인한 올해 난민 신청자는 현재 최소 1만2000명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1만여명)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협회에는 매일 코로나19 사태 전의 6배가량인 30여명이 상담을 받으러 오고 있다.
고쿠시칸대학교의 스즈키 에리코 교수(국제인구이동)는 도쿄신문에 “일본은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난민 조약에 가입하고 있다”며 “인정 심사를 기다리는 신청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전혀 정비돼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호비는 지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최저 생활비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입국 때부터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이후 자립 가능성은 넓어진다. 일본 정부는 난민협약 체결국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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