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먹히자 외면받는 ‘바이드노믹스’…美민주당조차 “너무 철학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전략의 핵심 어젠더로 밀어붙이던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경제정책)가 미 유권자들 사이에 약발이 먹히지 않자 서서히 외면을 받는 분위기다. 백악관에서 바이드노믹스를 입에 올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각종 공개자료에서 이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바이드노믹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와 이를 통한 중산층 재건을 골자로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총칭하지만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 물가가 여전히 높고 체감경기가 좋지 않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20일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서 ‘바이드노믹스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는 답변 비율(35%)은 트럼프 전 대통령 경제정책 지지율(49%)의 3분의 2 정도 수준이었다. 뉴욕타임스(NYT)ㆍ시에나대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답변율(59%)이 바이든 대통령(37%)을 22%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도 최근 현 정부의 경제 성과를 홍보하는 공개석상에서 바이드노믹스란 표현을 잘 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한국 풍력업체 CS윈드 공장을 방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경제 치적을 부각하면서도바이드노믹스란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발언의 상당 부분을 정부 경제정책에 태클을 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NBC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부터 지난달 1일까지 경제 관련 공개 연설에서 101번에 걸쳐 바이드노믹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그러나 지난달 6일 경제 연설과 27일 공급망 관련 행사, 28일 선거 캠페인 리셉션 등에서는 바이드노믹스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과거 ‘레이거노믹스’(레이건 전 대통령 경제정책)가 성공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바이드노믹스 세일즈 시도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누구도 ‘나는 바이드노믹스를 좋아합니다’라는 깃발을 흔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NBC에 말했다.
민주당도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운 선거 전략이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당 소셜미디어ㆍ보도자료 등 공보물에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나온 보도자료를 제외하고는 이후 하원 민주당의 공개 자료 및 게시물 등에서 바이드노믹스란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미 악시오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보좌관은 “지난여름 하원 민주당의 경제 메시지 전략 회의에서 ‘바이드노믹스’ 대신 ‘정치보다 사람’(People Over Politic)이란 구호를 미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바이드노믹스라는 용어는 너무 철학적이고 너무나 많은 설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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