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가입자'냐, '재가입자'냐…홍콩ELS 배상 쟁점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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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투자자'와 '재투자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상품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아직 본인이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ELS에 가입했는지, 내년 상반기에 손실을 볼 건지, 이런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최소가입 한도가 500만원이라 3년 전 문제가 됐던 DLF(최소가입 한도 1억원)보다 훨씬 낮은데다 손실금액이 3조~4조원으로 DLF사태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손실 투자자 수는 역대급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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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나면 금융당국 불완전판매·판매 적합성 검사
은행 잘못 밝혀지면 고령층 가입자 배상 가능성 높아
파생상품 재가입자는 어려울 수도
"은행에 아버지 혼자 보내면 안 되겠어요. 충남 태안에 사시는데 2021년 2월에 은행 예금 가입하러 갔다가 은행원이 ELS에 2000만원 넣어두면 괜찮다고 권유했다고 하네요. 고작 금리 3.5% 받으려고 가입했다고, 지난 주말에 고향 갔다가 통장보고 알았어요. 내년 만기 때 절반도 못 돌려받게 생겼어요. 은행원이 설명은 했겠지만 농사만 지으셨던 분이라, 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어디에 투자한 펀드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되면 원금 손실이 크게 나는 것도 모르시더라고요."(12월 4일 서울에 사는 회사원 이경진씨(45))
불완전판매 당했다면 원금 배상받을 수 있어
내년 1월부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 투자자'와 '재투자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부터 투자자 손실이 확정되면 투자자들의 상품계약서와 녹취 등을 전수조사하게 된다. 만약 은행이 고객에게 불완전판매를 하거나 부적절한 상품을 권유한 것으로 판명되면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금감원은 이 배상이 어떤 기준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만드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손실이 터지자마자 분쟁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금감원이 배상기준안을 내놓으면 이를 근거로 은행들이 자율 조정한다.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나 부적절한 권유를 당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원금 전액이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금융권에선 고령층 투자자들의 경우 불완전판매 같은 문제가 있다면 배상 가능성이 비교적 높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29일 "저조차 잘 안 읽히는 수십 장짜리 설명서에 대해 소비자가 '네, 네'라고 답변했다고 해서 은행이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1일 "은행에서 ELS를 산 어르신들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런 경우가 많으면 문제 삼아야 한다"고 고령층 소비자 판매 건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금융당국은 고령층에게 복잡한 ELS 상품 판매를 권유하는 것 자체가 적절했느냐에 대한 '적합성 원칙'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ELS 상품 중 고령층 투자자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라며 "ELS 투자자들은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고령층 투자 비중이 꽤 높다"고 말했다.
손실 투자자 규모 역대급일 것
하지만 ELS를 포함한 파생상품에 투자를 해봤던 재투자자의 경우에는 배상받기 힘들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상품 투자자 중에서는 그동안 투자로 이익을 봤던 투자자들도 상당수고, 이 중에서 고령자들도 있다"며 "예를 들어 십년 넘게 파생상품에 투자해왔는데 이번에 손해를 봤다고 지금 와서 '아무것도 몰랐다' '예금인 줄 알았다'고 하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서 불완전판매를 조사하고 배상 여부를 결정할 때 이 부분을 감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H지수 투자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한 번도 손해난 적 없는 상품이라 걱정하지 말라고 은행에서 권유해서 가입했다", "투자성향 분석을 할 때 안정형이 나와서 이러면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며 은행원이 공격형이 나오도록 체크하는 걸 도와줬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불완전판매가 아니냐는 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상품 구조가 워낙 복잡해서 아직 본인이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ELS에 가입했는지, 내년 상반기에 손실을 볼 건지, 이런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최소가입 한도가 500만원이라 3년 전 문제가 됐던 DLF(최소가입 한도 1억원)보다 훨씬 낮은데다 손실금액이 3조~4조원으로 DLF사태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손실 투자자 수는 역대급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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