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재명의 언어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3. 12. 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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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넘치도록 좋았던 성남시장
정치적 목표가 없는 싸움꾼 집단
탄핵소추와 특검만 아는 민주당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주민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이 3일 탈당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어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되었고, 내로남불과 위선적, 후안무치, 약속뒤집기, 방패정당, 집단 폭력적 언동, 혐오와 차별, 무능과 무기력, 맹종 등 온갖 흠이 쌓이고 쌓여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의 ‘탈당문’ 한 대목이다. 5선이나 한 정치 베테랑도 탈당 외에는 달리 저항할 길을 찾을 수 없었을 정도로 민주당은 완전한 이재명 사당(私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양김(김영삼·김대중)시대의 야당들도 지금의 민주당처럼 한 사람의 손에 거의 전적으로 장악되지는 않았다.

이 의원 외에도 몇몇 적극적 비명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당내 저항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사법부에 의해 이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그 때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년 총선 때까지는, 어쩌면 2027년 대선 때까지도 그의 당내 지위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멀쩡한 국회의원들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의 말 한 마디에 무비판적으로 따르고 있다. 의식의 좀비화 현상, 아니면 이 대표의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는듯한 섬뜩함을 느낄 정도다.

운이 넘치도록 좋았던 성남시장

정치의 변방에서 호족노릇을 하던 그가 바로 중앙 정치무대로 진입, 하루아침에 민주당의 독재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운동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그가 ‘투쟁경력’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민주당의 당권을 쉽게 장악, 배타적으로 행사하게 된 것을 ‘운’말고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광화문 집회에 나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모진 발언을 한 것으로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사이다 발언’이라고 했지만 민주화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일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 비판을 한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달랐다. 비판의 목소리가 크고, 더 모질수록 군중의 환호를 받는 그런 연설이었다.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데 용기를 발휘해야 할 까닭이 전혀 없었다. 군중들이 그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사이다 발언’으로 야당과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17년 대선 민주당 공천경쟁에 나섰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최성 4명이 나선 경선에서 3등을 했다. 안 충남도지사(당시)는 비록 그해 경선에서는 패했지만 차기 유력후보 1위라는 위상을 확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당시)도 강력한 차기 도전자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또한 대선 도전의 충분한 발판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 구도가 유지됐더라면 이 시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을 것이다.

이게 운(運)이라는 거다. 안 전 지사, 박 전 시장, 김 전 지사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결격사유를 스스로 만든 바람에 경쟁판에서 배제됐다. 여직원 성추행 혐의에 짓눌려 목숨을 버린 사람, 여직원 성폭행죄로, 혹은 대선 인터넷 댓글 조작으로 지위를 잃고 교도소 살이를 한 사람도 있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앞에 버티고 있던 장애들을 삽질 한 번 안 하고 치워버린 것이다. 일찍이 이보다 더한 운을 타고 난 사람이 있었을까?

게다가 22년 대선 경선 때 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다고 평가받고 있던 이해찬 전 당대표가 이 대표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 이 전 대표가 왜 이재명을 선택했는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대표가 가장 약체였다. 그만큼 지원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었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의 경우는 자신의 지원을 감지덕지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같은 총리 출신이니까. 그 외의 후보들보다는 이 대표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었다. 이재명을 키우는 게 자신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작년 대선은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서는 질래야 질 수 없는 경쟁이었다. 정권을 가진 측이었다. 입법전횡·입법농단을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만큼의 절대다수 의석도 가졌다. 그런데도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했다. 0.73%p 차의 석패였다. 그래서 이긴 것이나 다를 바 없다거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는 자평이 대세를 이뤘다. 뼈아픈 반성 따위는 발을 들이밀 여지가 없었다. 이것이 이 대표의 승승장구와 민주당의 도덕적 타락을 초래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엄청난 권력, 그 많은 국회의석으로도, 패배 의식에 가득 찬데다 적전분열을 일삼던 국민의힘 후보에 졌다면 우선은 냉정한 패인 분석, 가혹한 자아비판, 엄정한 상벌이 따랐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졌잘싸’로 끝내 버렸다. 이 후보 자신이 책임질 생각이 없었고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책임 추궁을 면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던 용장, 부동의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 됐다.

정치적 목표가 없는 싸움꾼 집단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래 정치적 목표와 목적이 없는 싸움꾼 정당으로 전락했다. 당장 급한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였다. 당의 지배권을 확고히 장악한 이 대표를 지키는 일에 의원들이 냉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특히 의회정치를 타락시키는 일에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혼자 표나게 하는 것보다 다중 속에 섞여서 하는 게 덜 창피하다고 판단한 결과였을까?

그날 이후 지금까지 민주당 의원들의 돌격대 역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정치 발전, 국가 목표, 정치인의 책무 같은 걸 두고 고민할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입만 열면 악구(惡口) 험구(險口)가 쏟아지고 조롱 모욕의 언어가 난무한다. 이제까지 민주당 이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의 입에서 발전적 건설적 진취적 언어가 나오는 걸 본적이 없다. 민주당이 얼마나 자기모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가는 그쪽 내로라 하는 사람들의 막말 경쟁이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막말, 욕설의 원조인 이 대표가 이끄는 정당인데 오죽하랴.

이 대표도 미래지향성과는 담을 쌓고 사는 정치인이다(이런 사람에게 ‘정치인’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스테이츠맨(statsman: 존경받는 정치인) 보다는 폴리티션(politician: 정치꾼)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줄이 범죄혐의를 달고 다니면서 되레 정부와 검찰을 비난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기가 막힐 일이다. 그가 자신의 (공인?)측근으로 인정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송철호 전 울산시장·황운하 민주당 국회의원이 징역 3년형을 선고 받는 등 자신과 전 정권에 대한 사법적 모호성이 걷히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물론 이만 일에 기가 꺾일 사람은 아니다. 사법적 징벌의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그는 더 악착스레 정부와 검찰을 압박할 게 뻔하다. 이미 국회의 고위공직자 탄핵소추권, 특검수사 등의 칼을 꺼내 휘두르고 있다. 역대 어느 정당도 지금의 민주당처럼 국회의 권한을 막무가내로 휘두른 예는 없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좌편향 언론에 대한 감시 감찰을 강화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탄핵소추로 맞섰다. 헌법재판소에 가면 기각 혹은 각하되게 마련이지만 그 몇 달 간 방송위원희의 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계산이다.

탄핵소추와 특검만 아는 민주당

그런데 이 전 위원장이 덜렁 사표를 내고 말았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된 셈인데 이들은 되레 사표 제출을 비난하고 나섰다. 탄핵소추권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런 꼼수를 쓸 줄은 잘 몰랐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행태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재명이다. 방송위원회 마비 상태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충정일 텐데, 그게 꼼수란다. 이 대표 자신은 자기 희생으로 조직을 살리려는 시도를 몇 번이나 해봤을까.

명색이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영낙없는 왕조시대의 권위와 질서를 내세우는 꼴이라니. 그게 안 통하니까 ‘쌍특검’인가 하는 것을 밀어붙이고, 이 대표 수사 검사 16명에 대한 인적사항을 사진까지 첨부해 공개했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 어디에 국가의 미래가 있는가. 그렇게 고생해서 국회의원이 되었으면서 이 대표 갑옷노릇 하다가 말 것인가.

일전에, 그러니까 지난달 28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을 가리켜 당이 사당화하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있다며 이 이 대표의 리더십을 작심 비판했다.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한 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 참담하다.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간엔 그걸 몰랐을까? 알고 있으면서도 당원이나 지지자들, 그리고 국민들이 기대할 때는 왜 말을 안했다는 것인지, 그 동안에는 가만히 있다가 민주당이 이재명 일색으로 된 지금에 와서야 비판하고 나서는 까닭은 뭔지 의아하다. 리더에게는 역경을 치고 나가는 용기와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었다는 것이 이 전 총리의 실패·패배의 요인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뒤에야 움직이겠다는 것은 패배를 예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 대표의 인성과 정치적 신뢰성을 한마디로 정리해준 말이다. 자기 입으로.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할 말이라는데 이것이 ‘이재명의 언어’다. 이런 의식 속에서 선진 정치가 태동할 수 있겠는가. 그가 정치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이기는 게 곧 선이라는 믿음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그의 정치에는 인간이 없다. 오직 승패만 있을 뿐이다. ‘추하고 더럽게라도 이기는 것이 정의’라는 이 사람에게 두려움을 안 느낄 수 있겠는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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