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조 넘는 임금체불…“상습체불자 신용 제재, 정부지원 제외”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기업 A사는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투자 유치도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1년간 근로자 25명의 임금·퇴직금 17억원을 체불했다. A사는 이전에도 9억원이 넘는 임금체불 사건이 제기되는 등 상습적인 체불을 이어왔다.
3일 고용노동부가 이처럼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체불이 의심되는 131개소와 12개 건설현장에 대해 9~11월 기획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91억원이 넘는 체불임금이 적발됐다. 단일 기획감독으로 최대 규모의 적발액이다. 특히 69개사(148건)에 대해선 법 위반사항이 확인돼 즉시 사법처리가 이뤄졌다. 올해 총 임금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우선 의심 사업장 131개소 중 70.2%인 92개소에서 임금체불 사실이 나타났다. 청년들이 많이 근무하는 중소 규모의 IT벤처기업·제조업·병원 등에서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간 임금을 상습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였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중소기업 B사는 캐릭터 사업의 해외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5개월간 근로자 36명의 임금과 퇴직금 총 6억8000만원을 체불했다.
사업주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거나 통상임금을 누락하는 등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발생한 체불도 적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합동점검을 통해 살펴본 12개 건설현장 중 6개 현장에서도 불법 하도급이나 임금 직접지급 위반 등이 적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반복되는 상습체불을 뿌리뽑기 위한 근로기준법 및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습체불’을 체불자료 제공일 직전연도 1년간 ▶3개월분 임금 이상 체불(퇴직금 제외) 또는 ▶5회 이상 체불+체불총액 3000만원(퇴직금 포함) 이상 인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상습체불자에 대해선 신용제재를 가하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보조·지원도 제외한다. 현재 미지급 임금에 대해선 퇴직자에 한해 연 20% 수준의 지연이자가 부과되는데, 이를 재직 중인 근로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의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도 다시 추진한다. 변제금을 미납한 사업주의 정보를 신용회사에 제공할 수 있고, 체불액 산정과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고용부 장관이 근로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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