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조상 숭배의 보편성

입력 2023. 12. 4. 00:21 수정 2023. 12. 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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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어린 시절을 부모님 유학을 따라 미국에서 보내고 초등 4학년 때 귀국한 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사 지내는 관습이 무척 신기했다. 할머니께 왜 우리는 제사를 지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기독교인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통해 조상을 만난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그 뒤로도 제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지만 영화나 연속극 등을 보며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조상 숭배 관례는 유교적 차원에서 부모를 섬기는 효의 정신과 함께 체계화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사후의 영혼이 살아있는 사람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믿음에서 비롯한 것이다. 더 나아가 토속적이고 원초적인 신앙에 기원을 두고 있는 동아시아 문명 전반에 뿌리 박고 있는 풍습이다.

아메리카 편지

고대 로마인에게도 우리와 거의 동일한 조상숭배 관습이 있었다. 로마인들은 데스마스크를 떠서 만든 조상들의 초상화 및 조각상을 집안에 놓고, 때때로 조상의 영혼을 추모하는 제례의식을 거행했다. 제물을 바치고 제사상을 차리며 왁스로 만든 조각상을 들고 행렬하기도 했다.(사진) 여행을 떠날 때는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의 조각과 함께하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조상들의 승인을 받기 위한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적인 종교관습은 주피터·주노·미네르바 등 주요 신들을 섬기는 공적인 종교와 공존했다. 널리 퍼진 조상숭배 관습 덕분에 로마제국의 ‘임페리얼 컬트(imperial cult, 황제숭배)’가 어렵지 않게 국교로 지정됐다고 볼 수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비롯한 거의 모든 로마의 황제들이 사후에 신으로 받들어졌고, 현존하는 황제가 그들을 섬기는 사제 노릇을 했다. 19세기 후반 조선에 온 프랑스 외방선교회 신부들이 제사를 금하여 많은 기독교인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은, 전통의 보편성을 무시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한 데서 생긴 비극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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