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도 민주도…근거 없는 자신감 어디서 [신율의 정치 읽기]

입력 2023. 12.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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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 제안에 당 지도부 미적거려
민주당도 청년 비하 현수막, 막말 대응 답답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 선언하고 행동 옮겨야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에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은 국민의힘 혁신위와 당 지도부와의 관계다. 혁신위의 혁신 요구 사항을 정당 지도부가 행동으로 옮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혁신위의 당에 대한 요구가 설득력이 없거나 아니면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혁신위 제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미적거림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11월 24일 공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26%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긍정 평가는 31%다. 이는 최소한 인요한 혁신위원장 활동이 기존 정당 대표들의 정치 행위보다 여론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혁신위 요구가 곧 국민이 바라는 방향의 혁신임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결과를 조금이라도 참조한다면, 혁신위 주장을 이렇게 방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더욱 특이한 점은, 현재 총선을 눈앞에 둔 시기임에도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시기보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때임에도, 당 지도부나 친윤 핵심 쪽에서는 여론에 호응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월 3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조짐도 보인다. 친윤 핵심이라 불리던 의원 중 자신의 지역구에서 ‘세(勢) 과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김기현 대표는 고향이자 지역구인 울산에 내려가 의정 보고회를 가졌다. 김 대표의 이런 정치 행위는 지역구에 대한 ‘예의’일 수 있다. 또한, 김 대표가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더라도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생각할 수도 있다.

김 대표가 실제 이렇게 생각한다 해도 인요한 혁신위원장 요구 중에는 당장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아무런 응답을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 비례대표 50% 공천 문제다. 선거 제도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수용 여부를 밝힐 수 없다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일단 수용하겠다 나서야 논리적으로 맞다. 최소한 유권자에게 변하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요구에 대한 반응이 없다는 사실은 국민의힘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혁신위를 만든 이유가 강서구청장 재보선 이후 당에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면, 혁신위가 일할 맛 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는 국민의힘이 과연 어느 정도 절박감을 갖고 있는가와 직결된다. 절박함이 있으면, 무엇이든 여론을 따라가려 온갖 애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이 뒤처진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다.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통령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정권 교체 의미는 고사하고 일도 제대로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에서도 지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해진다. 그렇기에 여당은 내년 총선을 죽기 아니면 살기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런데도 절박감을 찾아볼 수 없으니 상황 판단이 올바른지, 미래에 대한 객관적 예측은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특이한’ 상황은 민주당에서도 보인다.

본래 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구성원에게 ‘입조심’을 시킨다. 막말은 특정 유권자 계층에 상당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특정 막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특정 계층 유권자가 받아들일 때, 막말의 부정적 효과는 극대화된다. 막말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돌발 변수인 만큼 정당이 ‘입조심’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렇게 입조심을 강조해도 사고가 터진다면, 그때는 조속한 수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청년 비하 티저 현수막’ 문제가 터졌을 당시 민주당 태도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해당 사안이 알려지고 난 직후에는, 자신들은 잘 모르고 업체 잘못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어느 선까지 몰랐는지 알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그럼에도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그제야 사과했다. 사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일. 3일은 민주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다음은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여 비상 징계를 내렸다. 이전 최 전 의원이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6개월 당원권 정지를 결정했지만 당사자가 재심을 요구했고 그 이후 재심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과 비교하면, 나름 신속한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최 전 의원 신분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징계 취지에 의구심이 생긴다. 의원 신분이었을 당시 내린 징계는 아직도 재심 중일 정도로 미온적인 반면, 이번에는 신속하게 징계를 내렸지만 지금은 의원 신분이 아니어서 해당 징계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과거나 지금이나 민주당은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기에 미비한 조치만을 취한 셈이다.

문제는 아직도 막말 혹은 중도층에 공감을 얻기 힘든 ‘강성 발언’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야당의 계엄 저지선 확보를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의원은 “탄핵을 하면 무슨 큰 난리라도 나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입법 관련 합의를 파기했을 때) 발모가지를 분질러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격한 주장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민주당 지도부 조치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이런 발언은 의원들의 ‘정치적 견해’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 입장이란다. 이걸 보면, 민주당의 ‘돌출 발언’에 대한 방지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정 막말을 방지할 의지가 있다면,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막말은 증오와 같은 감정적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렇듯 정치를 감성화하는 것은 강성 지지층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정으로 막말을 방지하려면,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결국 누가 절박감을 갖고 변신하려는 노력에 전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양당 모두에서 그런 절박감을 발견할 수 없다. 양당 모두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7호 (2023.12.06~2023.12.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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