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상병 사건 조사본부 이관 건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반대"
[김도균 기자]
▲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유성호 |
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건을 넘기는 방안을 건의했지만, 국방부 측이 "조사본부와 해병대가 다른 결론을 내리면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틀 뒤 국방부는 앞서 낸 의견을 뒤집고 해병대수사단이 경찰로 넘긴 관련 조사기록을 가져와 범죄혐의자를 대폭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조사결과를 정리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군 검찰 진술조서(8월 2일자) 요약본에 따르면, 7월 31일 김계환 사령관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으로부터 국방부 조사본부로 사건을 넘기는 방안에 대한 건의를 받았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에 대한 범죄혐의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하루 뒤의 일이었다. 하지만 해병대 수사단은 지휘관 8명의 과실치사 혐의로 이미 채 상병 유족에게 조사결과를 설명했기 때문에 스스로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고 봤고 차라리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다시 조사를 하라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사령관은 조사본부 이관 방안에 대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전화로 논의했다. 그런데 유 법무관리관이 '조사기록을 보고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정하는 것은 민간경찰이므로 명시해서 보낼 필요가 없고, 조사본부에 이첩했을 때 조사본부와 해병대수사단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면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부적절 의견에 채 상병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어가지 않았고, 해병대수사단은 8월 2일 오전 경북경찰청에 조사결과를 이첩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관련 기록을 되찾아갔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을 재검토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 21일 해병대수사단이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8명 중 대대장 2명만 범죄혐의를 적시해 경찰로 기록을 다시 넘겼다. 8명 모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와는 크게 달라진 결과였다.
이와 관련해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국회 답변에서 조사기록의 국방부 조사본부 이관과 관련한 해병대 건의를 받고 자신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불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었다.
또 김계환 사령관은 진술조서에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의 항명 혐의와 관련,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박 대령이 독자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했으면서도, '피의자(박 대령)가 해병대사령관의 지시를 어긴 것은 명확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사실로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사정들이 혼재해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 박 대령이 사건 기록을 경찰로 이첩한 것에 대해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 10월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해 있다. |
ⓒ 남소연 |
김 사령관의 진술조서에서는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에 포함시켰던 임성근 사단장이 지난 7월 31일 직무에서 배제됐다가 하루 만에 원래 직무로 복귀하는 과정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김계환 사령관은 7월 30일 오후 박정훈 대령과 함께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결과를 대면 보고한 후, 이 장관과 독대한 자리에서 임성근 사단장 관련 조치계획에 대해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다음날인 7월 31일 이 장관에게 '임성근 1사단장을 분리파견해 해병대사령부로 파견명령을 내는 것으로 건의하고 실행하겠다'고 보고했는데, 이 장관이 '정상 출근을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1월 1일 열렸던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분리 파견하려 했다는 사실은 해병대수사단의 조사결과를 고려해 임 사단장을 보직해임하려고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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