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개혁 믿었던 유권자, 닭 쫓던 개 됐다"
[박소희 기자]
▲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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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민주당내 모임 '원칙과 상식' 초청 강연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 발언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정치개혁은 노무현의 어젠다, 문재인의 어젠다였고 민주당의 핵심 어젠다였다. 민주당은 민주당보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하는 정당이었다"며 "그런데 그걸(이재명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 믿었던 유권자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생존'만 좇는 미 공화당 닮아가"
안 교수는 "원칙과 상식, 이탄희 의원, (위성정당 방지법 공동발의에 참여한) 70여명, 원로 등이 남은 기간 동안 시민사회와 함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공약을 뒤집었던 것에 전면적으로 문제 제기해야 될 것 같다"며 "그야말로 결기를 갖고 대처해야 하지 않나"라는 주문까지 남겼다. 단지 이재명 대표 개인을 향한 비판이 아니었다. 그는 "이 대표 입장에선 4월 총선이 본인 인생을 좌우하는 총선"이라며 "실용적으로 봐서도 병립형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가져야 한다"고 봤다.
안 교수는 민주당의 병립형 회귀 조짐이 "협소한 생존주의, 결국 생존하지 못하는 생존주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의 민주당은 끊임없이 미국의 가치를, 특히 자유주의 가치를 배우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생존주의자 미국 공화당'을 닮아가는 행보를 보인다"며 "좌파가 바로서야 자유주의 정당이 바로서고, 자유주의 정당이 바로서야 윤 대통령이 바로 설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망가진 건 민주당이 많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어리석음, '바보'라는 별칭은 명예로운 용어였다"며 "민주당이 자랑스러워하는 브랜드인 신뢰, 약자와의 공감, 역동적 시장경제, 표절한 사람을 (공직후보자로) 내정하지 않는 윤리의식, 미래가치 등을 백지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만 반복 중인 현실은 "오직 자신의 단기적 생존을 위해 트럼프를 이용하고 트럼프에게 충성하고 트럼프와 같은 괴물이 되어가는 미국 공화당을 자꾸 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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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 잘못은 아니다. 그는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존재했던 비전, 프로페셔널리즘이 사라졌다"며 "원래 한국 보수는 이렇게 무능하지 않았다. (옛 한나라당이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정치 청산을 내세우며 대구·경북 좌장이던) 김윤환을 쳐내면서 공천 물갈이로 한 시대의 맥을 읽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는 순응주의자들만 남았다. 또 유능함을 잃었다"며 "엑스포(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또 "민주노동당이 무상급식을 꺼냈을 때 '안 교수 이거 과격한 거야'라고 한 사람 있었다. 지금 무상급식이 과격하다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민노당은 민주당에게 긴장감을 부여했다.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지금 정의당이 노회찬이란 걸출한 인물의 정당인가? 유럽식 사민주의를 추구하고, 자유주의성이 살아있던 정의당이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민주당에 훌륭한 긴장과 견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인물 중심 정치는 봉건적... 한국, 그 수준 아냐"
해법은 있을까. 안 교수는 "죄송하게도, 저도 뚜렷한 해법은 없다. 지금 퇴행으로 가는데, 제갈공명이 온들 퇴행을 돌리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다만 "지금은 그냥 원칙을 가지고 버텨낼 뿐"이라며 "민심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유권자들과 비교하면 한국 유권자들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60%는 무장폭동을 해서라도 선거에 불복하려는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원칙을 지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 내에 가치 기반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가 존경하는 선진국인데 한국 정치를 (누가 제게) 물어보면 설명할 때 버벅거린다. 친명(이재명)과 친문(문재인), 사람 중심으로 모인다는 게 봉건적이지 않나. 한국은 그 레벨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이준석 신당이 가시화하면 그 파괴력이 단기적으로 굉장할 것이고 민주당에 카오스가 닥칠 것"이라며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국 민주당이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장악 안 하고, (내각 구성할 때) '우리 진보'로만 뽑지 않고, 법무부를 추미애 장관처럼 하지 않고 자유주의 가치를 갖고 나간다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최소한 미국 민주당처럼 선거에서 이길 순 있다. 이기는 걸 바란다면 검증된 방식을 써야 하지 않겠나. 저 넓은 중원과 진보를 장악하고, 시민들에게 '저 사람들이 집권하면 법무부·방통위 갖고 장난 안 치겠구나. MBC 장악 안 하겠구나. 노인들을 진영화하지 않고 노인의 삶을 해결하겠구나'란 희망을 주면 가능하다.
...(중략)... 저는 수십년 동안 한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민주당의 집단지성을 믿는다. 이재명 대표가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면 중도를 포괄하는 어떤 체제가 될 테고, 그랬을 때 일부 당원의 마음에는 안 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선거를 잘 치러낸다면 상처는 잘 극복해 나갈 거다. 문제는 그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혜다.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 초대를 받아서 강연을 했을 때, 상당히 강경하신 분들이 호응을 잘 해줬다. 누구나 다 승리를 원하니까. 승리하는 방법이 다를 뿐 승리를 원하지 않나. 얼마든지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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