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요리’책으로 아마존서 베스트셀러 ... 韓셰프 2인방 누구?[신기방기 사업모델]
‘국뽕(애국심에 고취, 자국민끼리 우쭐대는 현상)’ 아닐까. 객관적인 지표가 없던 시절엔 솔직히 우리끼리 ‘신토불이’ 논리를 펼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구글트렌드를 보면 2021년부터 한식이 일식(Japanese food)’를 역전시켰다. 글로벌 잡지 ‘타임아웃’은 올해 2월 세계화에 성공한 이탈리아 음식을 제치고 소셜미디어(SNS) 언급량을 바탕으로 한식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이 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미국 뉴욕 미쉐린가이드에서 별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 중 한식당이 11곳을 차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정도면 한식 세계화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할 수 있다.
최정윤 셰프는 “아토믹스의 경우 뉴욕타임스 ‘톱100 레스토랑’ 2위, 월드 50 베스트 2023년 레스토랑 8위에도 이름을 올려 국내외 식품·미식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며 “한식이 1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해외 호평, 뜨거운 반응을 보면 너무 놀랍고 감동스럽다”고 소개했다. 두 저자는 이렇게 전세계에서 한식이 사랑 받았던 적이 없었고, 지금이 한식의 ‘골든 타임’이라 여겨 이참에 요리방식의 표준, 응용법 등을 외국인들에게 다양하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두 저자 : 책을 쓸 때 가장 고민한 것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누가 읽을 것인가?’‘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한식, 그리고 한식책이 어떻게 기여할수 있을까?’‘어떤 도움이 될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답을 내놨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집에서 즐기는 한식(home cooking book) 책으로 기획됐다. 물론 여기에 한식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넣어 한국 사람과 마치 식사하면서 듣는 느낌을 주려 했다.
또 350개의 레시피 중에 150개를 비건 레시피로, 양념으로 쓰인 젓갈이나 육수로 쓰인 마른 멸치만 빼면, 레시피의 절반 이상이 채식 레시피에 가깝게 꾸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극단적인 채식이나 육식이 아니라 균형잡힌 식탁을 즐기는 방법의 사례로 한식을 소개해 ‘한식은 균형 잡힌 아름다운 식사’라는 인식을 주고자 했다.
Q. 두 번째는?
박정현 : 각 세대를 이어오면서 발달한 한국 음식의 과거나 미래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한식’을 보여주려고 했다. 또 마스터 아티잔(기술자, 장인)들과 함께 써 내려간 부분은 한 인간의 삶을 평생 한국의 식문화를 위해 노력한 아름다운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아 한식의 깊이와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이 앞으로의 한식의 미래를 위한 단단한 토양이 되는 기본이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미국에서 출판기념회도 했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현지 반응, 인상적인 평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박정현 : 미국 미식 매거진 ‘본 아페티’는 ‘한국 가정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왔는지에 대해 잘 연구된 연대기다. 호기심 많은 미식가와 인류학자가 반드시 책장에 두고 싶어 할 책’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처럼 한국 음식을 단순히 하나의 레시피가 아닌 한 나라의 문화로 소개하는 데 많은 외국인이 공감해줬다. 한국 음식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정윤 : 가장 인상적이렀던 건 직접 책을 산 독자들이 책에 나온 레시피를 보고, 직접 요리를 만든 후에 SNS에 음식 사진은 물론 저희 두 명을 태그까지 해서 올려줬다는 점이다. 생소한 한식이지만,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작성했는데 다행히 많은 이들이 직접 시도해봤다는 점이 너무 기뻤다. 음식은 언어와 너무 닮았다. 그 언어를 익히려면 계속 말하고 사용해야 하듯 한식 역시 그들 입장에서는 분명 생소하고, 도전하려면 힘든 일인데 시도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한식은 튀기거나, 매운 것들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채소를 기반으로 한 요리가 많은지 몰랐다거나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있다는데 놀랐다는 반응도 재밌었다. 책 쓸 때 한식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 점을 독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는 생각에 흡족했다.
박정현 : 현재 뉴욕에서 4군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비해서 한식의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진짜 많이 올라왔다는 걸 실감한다. 예전에는 많은 K타운 레스토랑 주요 고객은 한국 유학생, 주재원, 관광객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현지인이 즐기고 있다. 그리고 한식 레스토랑이 K타운뿐 아니고 브룩클린, 트라이베카 등 다양한 지역에도 생기고, 또 잘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나 미쉐린가이드같은 미디어나 평가서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한국 레스토랑들이 많아지면서 근 몇년간 뉴욕에서 가장 핫한 퀴진은 한식이 됐다.
Q. 일찌감치 세계화에 성공한 음식으로 일본 스시 얘기를 많이 한다. 한식 세계화에서 좀더 보강돼야 할 점은?
최정윤 : 한식이 지금 잠깐의 인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는 힘을 갖추려면 우선 사람(미래인재 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능한 인재들이 한식산업에 더 많아져야 하고, 미래를 위한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 더불어 한식의 고유성에 대한 깊은 고찰과 혁신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한식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 결과는 새로운 한식경험 상품이라는 결과로 도출될 것이고, 계속 좋은 한식 상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에서 한과, 약과, 떡 등이 새롭게 재조명받으며 산업화의 길로 접어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보와 네크워크가 중요하다. 한국 셰프와 외식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할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산업화 측면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 김치를 띄운 것은 한국 정부인데, 실제 미국 김치 수출 1위는 중국이고, 한국은 9위에 그치고 있다. 농업, 미식, 레스토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 한식 상품화와 수출, 유통 시스템을 시스템화해서 우리 산업생태계가 수혜를 받아야 한다.
두 저자 : 이 책은 레스토랑, 셰프를 위해서 적어내려간 책이 아니고 집에서 요리를 하는 홈쿡북(가정요리책)이다.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통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궁긍증이 더 생기면 좋겠다. 해외에서 지금 한식은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묻고 동의해야 함께 겨우 먹으러 가는 상황이다. 한식이 프렌치, 이탈리아, 일식처럼 데일리밀(Daily meal, 세계인 일상식)이 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박정현 : 현재는 추가 집필 계획은 없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들을 열심히 운영하면서 한국의 식문화를 잘 연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계속 하려고 한다.
최정윤 : 지난해 2월에 한식 글로벌 브랜딩을 주제로 작은 모임으로 ‘난로회’를 결성했다. 18세기 조선시대 최고의 지성인, 실학자들의 모임이었던 난로회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지금은 금돼지식당, 몽탄, 산청숯불가든 등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맛집 사장들은 물론 식품회사, 미디어 종사자, 연구원 등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올해 5월부터 한식연구·토론하는 영역으로 확장했다. 연구조직인 난로랩(NANRO LAB)을 만들어 첫 연구과제로 ‘한국 고기구이의 과학’를 정해 연구를 시작했다. 한식 미래인재 양성과 연구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난로학원(NANRO FOUNDATION)’ 설립도 준비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책은 난로랩의 연구 결과 주제로 한식을 글로벌 시장에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한 책을 집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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