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의회·통화스왑·공급망까지…한·일 ‘안보’ 이어 경제 협력 가속화
한·일 양국이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제도 정비에 나선다. 양국 관계 정상화 이후 한·미·일 안보 공조에 방점을 찍던 협력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한·일 외교당국은 지난 8년간 중단됐던 한·일고위경제협의회를 이달 중순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 일정과 의제 등을 최종 조율 중이다.
경제협의회는 각각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 담당 외무심의관이 수석대표를 맡는다. 이외에 한국에선 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이, 일본에선 경제산업성·농림수산청 등 유관부처의 실무자들이 참석해 각 분야의 포괄적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2016년 1월 도쿄에서 열린 경제협의회가 마지막이었고, 이번엔 서울에서 회의가 개최된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을 이행하기 위해 1999년 신설된 경제협의회는 ‘포괄적 경제협력’을 목표로 매년 개최됐다. 하지만 일본 측은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데 대한 반발하며 돌연 2017년 예정된 제15차 협의회 개최 연기를 통보했고, 이후 과거사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협의회 자체가 사실상 백지화했다.
경제협의회 부활 조짐이 시작된 건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포함한 정부 협의체를 복원키로 합의하면서다.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양 정상이 경제협의회를 콕 짚어 “연내 재개”에 뜻을 모았다. 이후 실무선에서 의제 조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양국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와 현안을 상당 부분 추려낸 상태다.
부산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일본이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한 한·일통화스와프도 지난 1일 복원됐다. 통화스와프는 외화보유액 부족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는 효과를 넘어 양국이 상호 신뢰를 구축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계약이다. 과거사 갈등으로 기반이 취약해졌던 경제 협력 재건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체결된 통화스와프는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전액 달러화를 베이스로 진행된다. 한국은행은 언제든 원화를 일본은행이 가진 달러화로 교환할 수 있고, 일본 역시 같은 조건으로 달러 부족 사태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통화스와프의 계약 기간은 3년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양국의 금융협력이 촉진되고 금융안전망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본격적인 경제·산업 협력 분야를 발굴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5년 만에 일본 경제산업성과 축구 교류전을 재개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이 날 교류전에서 방문규 산업부 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은 오찬 간담회를 열었는데, 산업·통상·에너지 등 각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오갔다. 또 미·중 경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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