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 강사 양성 꿈 꿔" 이에디나가 '신의 손 이선생'이 되기까지 [크리에이터 뷰(97)]

류지윤 2023. 12. 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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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17만 명 보유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이에디나

섬유공예가, 화가, 건축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신의 손 이선생'(이에디나)은 기성복을 리폼하는 콘텐츠로 213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다. 더 이상 쓸모없다고 여겨진 옷들이 그의 손길을 거치면서 다시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유행 지난 바지 버리지 마세요', '안 입는 스웨터를 마구 잘라보세요', '바지 길이를 늘리는 방법을 꼭 보셔야 합니다' 등 한 번 쯤 버릴까 말까를 고민했던 옷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영상으로 정리돼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빚더미로 힘들게 살았어요. 어린 시절에는 그림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고 그림을 전공했지만 일찍 결혼을 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가장 역할을 하다 보니 꿈을 펼치지 못했죠. 어린 두 동생과 아픈 엄마를 책임져야 했거든요. 처음 시작한 게 여성 의류 매장이었는데 옷에 오브제나 패치 넣고, 길이도 제 감각대로 잘라 만드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런 옷들을 매장 앞에 걸어놨더니 지역 문화센터장님이 강연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처음 강연을 한 대상이 일반인 분들이 아닌, 학교 미술 선생님이더라고요. 모르고 갔어요. 그들에게 제가 만든 작품이 멋지다고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신의 손 이선생은 리폼한 옷을 각종 미술대회에출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2회 대한민국 공예 예술대전 대상 장관상, 9회 아시아 미술 대전 예술상 경남도지사상 등 각종 미술 대전에서 수상하고, 창원 구상작가 회원 현 한국 공예 문화 예술 연합회 상임부회장 미술 대전 심사위원까지 하게 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게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 같아요.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캔버스, 유화 물감 등을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비싸서 여력이 안되니 의상으로 시작한 일들이 저를 빛나게 해줬어요. 리폼한 옷으로 수상한 건 제가 처음이었거든요. 리폼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곳이 없어,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없어요. 그래서 이후에 미술 대전에 다 출품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결혼한 아줌마가 옷 장사를 하면서 미술 대회의 심사위원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주)에디나 건축을 운영 하고 있다. 감각을 살려 인테리어 리모델링까지 영역을 넓혔고, 20년 째 매진 중이다.

"옷 장사만 하니 성에 차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재미있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미술적인 감각을 살려 인테리어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하고 있어요. 그림 그리듯이 건물의 외관, 내관을 리모델링 하면 반응이 좋더라고요. 디자인 마다 반응이 좋아서 사업이 잘 됐어요."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결심한 건 딸과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특히 딸은 "엄마의 실력을 썩히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하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촬영과 편집 모두 딸과 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제가 일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이 적었거든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강했나 봐요. 그래서 옷도 만들어주곤 했는데 너무 소중하다며 입지를 못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엄마의 예술적인 감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면서 유튜브를 강력하게 추천했어요. 사실 전 직업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야 하니 내키지 않았거든요. 설득 끝에 한 편을 만들어 올렸는데 조회 수가 5만 회가 넘은 거예요. 이후에 1년 안에 100만, 지난 5월에는 급성장 크리에이터 1위를 했어요.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신의 손 이선생'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217만 명은 리폼 크리에이터 중 최다 수준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콘텐츠 강점은 무엇일까.

"패션은 정형화 돼 있는데 제 옷은 작품성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또 리폼한 옷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요. 또 제 채널은 해외 구독자 비중이 커요. 특히 유럽인들이 많이 봐주더라고요. 유럽에서는 옷을 리폼해 있는 게 생활화 돼 있어요. 좋은 원단으로 완성도 높은 리폼 옷을 만들어 몇 십 년 동안 입어요. 예술성과 생활감에 주목한 게 아닌가 싶어요. 채널이 커지면서 광고도 많이 들어왔지만 하지 않았어요. 그저 반응에 감사하며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려고 해요."

크리에이터가 된 후, 후회한 순간은 단 1초도 없다. 글로벌적으로 리폼 문화를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다. 무엇보다 자신은 물론 구독자의 자존감까지 올라가는 걸 경험했다.

"제 영상을 보고 따라 했는데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피드백이 많이 와요. 자신 감을 준 것 같아 기쁘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들이 명품 가방과 옷을 자랑하지만, 어느 순간 시선은 저에게 머물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구제시장가서 옷을 사서 제 사이즈에 맞게 고쳐 입어요. 뭘 입어도 부티가 나는 게 자존감 아닌가 싶어요."

이에 더욱 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다. 패스트 패션으로 오염이 심각한 환경 문제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K 패션 K 리폼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고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요. 요즘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리폼을 통해 환경 오염 방지에 일조하고 싶어요. 제 영상을 보는 분들 중 엄마들이 많은데 엄마들이 리폼을 생활화 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절약정신과 환경오염 문제를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단계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리폼을 가르치는 강사'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글로벌한 리폼 강사들을 많이 배출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리폼은 더 성장해야 하는 분야예요.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강사가 하나도 없어요. 재봉틀만 다룰 줄 안다면 1년 안에 고급 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리폼 강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이제는 해야 할 때라고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신의 손 이 선생은 누구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인생의 법칙을 구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물이에요. 꿈을 꾸고 성장할 때 행복함을 느끼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무언갈 배워야 해요. 성장을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과거의 저는 지하상가 작은 매장에 갇혀 꿈을 꿨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지만 일주일에 한 시간은 나를 위해 투자했어요. 그 때의 나는 모르는 게 많아서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아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면, 나에게 도움 되는 날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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