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트럼프 맞수될까…공화당의 떠오르는 인물 '니키 헤일리'

정현진 2023. 12. 2.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후보 여론조사서 디샌티스 제쳐
월가 등 '반트럼프' 세력 지지 받아
트럼프와 지지율 격차 커 세력 결집이 관건

"대통령은 '선명한 도덕성(moral clarity)'을 갖추고 선과 악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이제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의 보수적 리더십이 필요할 때입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의 '비(非) 트럼프' 유력 대권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첫 TV 광고에 이런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30초 분량의 TV 광고에는 성추행, 탈세 의혹 등 여러 도덕적 문제로 소송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표현이 담겼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여론 조사상 지지율 격차는 50%포인트 이상 나지만, 최근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헤일리 전 대사가 그를 견제하며 대중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디샌티스 꺾고 공화당 지지율 2위…트럼프 뒤쫓는다

헤일리 전 대사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 경쟁에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공화당 내 지지는 압도적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전·현직 대통령이 재차 맞붙는 대선 구도에 지루함을 느끼는 유권자가 늘면서 헤일리 전 대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지지율로 보면 사실 아직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자는 없다. 지난달 30일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보도한 더메신저와 해리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지지율은 68%로 압도적이었다. 2위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9%)였으며, 헤일리 전 대사는 7%로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헤일리 전 대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당내 비 트럼프 세력을 결집할 것이라 여겨졌던 디샌티스 주지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단체가 한 달 전 진행한 여론조사와 비교했을 때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한달여 만에 3%포인트 떨어졌다. 헤일리 전 대사와의 격차는 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좁혀졌다. 한때 유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불렸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한 데다 최근에는 후원금 모금 총책임자가 사임하는 등 각종 악재가 발목을 잡으면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달 8일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사진 왼쪽)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특히 첫 번째 내년 1월 15일 공화당의 첫 번째 경선이 진행되는 아이오와주와 두 번째 경선 무대인 뉴햄프셔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디샌티스 주지사와 맞먹거나 오히려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주자들의 TV 토론에서 선전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일리 지지 세력들 : 반트럼프 공화당원들

헤일리 전 대사에 이처럼 힘이 실리는 이유는 공화당 지지 또는 보수 세력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원치 않는 이들이 대안 후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 지난달 28일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을 후원하지만, 보수주의 자유시장 이념을 지지하는 만큼 보호무역이나 강경 이민 정책 등을 추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이 단체는 당초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급부상하자 지지 대상을 바꿨다고 한다. 결국 헤일리 전 대사라는 인물을 보고 지지했다기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을 만한 인사에게 후원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공화당의 유력 지지 세력인 미 월가의 거부들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고 나섰다. 세금과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공화당이 기존에 보여왔던 외교 정책을 고수하는 점이 헤일리 전 대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낙태 이슈에 대해서도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헤일리 전 대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직접 말했다. NYT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지난 10월 말 직접 헤일리 전 대사에 전화해 지지 의사를 먼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달 중순 뉴욕에서 기부금 모금 행사를 진행했는데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 금융권 인사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회장이 공동 주최한 만찬 행사에 거물급 월가 인사들을 유치했다고 한다. 이들은 헤일리 전 대사의 외교력을 높게 사고, 특히 긍정적인 국가관을 갖고 있는 것에 베팅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헤일리 전 대사가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자금력과 조직력을 확보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인 대결 구도 자체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지지율 격차가 커 승기를 잡기가 어려운 만큼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공화당 내에서 비 트럼프 후보가 결집할 가능성도 나온다.

제니퍼 루빈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에 갇혀있는 다수의 경선 유권자로 인해 헤일리가 승자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점이 그를 경선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을 막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50대 인도계 미국인…트럼프 행정부서 국무장관 후보 거론되기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가족들(사진출처=니키 헤일리 홈페이지)

1972년생으로 올해 51세인 헤일리 전 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미국 정치인이자 외교관이다. 81세 바이든 대통령과 77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젊은 피'다.

헤일리 전 대사는 7명의 공화당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보며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꿨다고 밝혔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힐러리 전 장관처럼 바지 정장을 즐겨 입기보다는 치마 정장에 하이힐을 자주 신는다.

그는 인도 이민 2세다. 인도인이면서 법학자였던 부모가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정착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그는 클렘슨대에서 회계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가족의 의류 사업에 동참해 회계·재무를 담당했고 시민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정치 활동은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 의원에 출마하면서 시작했다. 첫 출마였으나 경선에서 현직 의원이었던 래리 쿤을 제치고 당선했고 2011년까지 하원의원직을 유지했다. 하원의원을 하던 2009년 그는 2010년 선거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로 나왔고 당선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차, 2013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2017년까지 2차로 주지사 임기를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쟁자가 되기 위해 집중하는 헤일리 전 대사지만, 그는 사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일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의 손을 잡고 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1월 20일 취임 직후 헤일리를 유엔 대사로 지명했다. 당초 국무부 장관으로까지 검토됐으나 헤일리 전 대사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등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2018년 10월 자신에 대한 비리 혐의가 제기되면서 그는 대사직을 내려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엔 대사직 사임 이후 '친구'라고 표현했고 그와 함께 일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하곤 했다. 다만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우리를 실망하게 했다"며 그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헤일리 전 대사의 남편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육군 방위군 장교인 윌리엄 마이클 헤일리이며, 둘 사이에는 자녀가 2명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