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고수가 백돌이로 전락한 사연 [정현권의 감성골프]
요즘에는 겨울 골프를 피하는데 오래전 만들어진 약속이라 그냥 진행했는데 하필 추위가 닥쳤다. 발이 시려 엄청 고생했다.
전날 한파 예보를 접하고 아래위 복장과 모자로 단단히 무장했지만 신발과 양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무심코 가방에 든 여름, 가을 내내 착용한 가벼운 골프화와 양말을 신고 필드에 나섰다.
두터운 겨울 복장 덕분에 영하 밑으로 떨어지는 체감온도에도 견딜 만했는데 발이 시려 도저히 서 있기 힘들었다. 스탠스를 정확히 잡기 어렵고 샷도 서두르기 일쑤였다.
잔디나 도로 위를 걸으면 발바닥에 전해지는 찬기 때문에 공을 치자마자 카트로 이동했다. 빨리 끝나 사우나로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스코어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날 싱글 핸디 캐퍼인 한 동반자는 스윙을 편하게 하려고 얇은 복장으로 왔다가 백돌이로 전락했다.
겨울 시즌이다. 초보 때는 폭설에도 컬러 볼을 사용해가며 골프에 빠졌다. 구력이 더해지며 겨울 골프는 피하지만 어쩌다 나가야 할 상황에는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해를 더할수록 건강과 안전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라파이트 소재 샤프트라면 지속적인 추위에 노출되면 경기 도중 부러질 염려도 있다. 전날 차 트렁크에서 꺼내 거실에 옮겨 놓는다.
추운 날이 예고되면 전날 밤 골프 복장을 미리 챙겨놔야 여러모로 좋다. 아침에 일어나 복장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없고 준비하느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따뜻하다고 해서 무조건 두껍게 입으면 스윙하기에 불편하다. 우주복 차림 대신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을 것을 추천한다.
지난번 한 동반자는 내복처럼 얇은 기능성 내의 두 벌에다 터틀넥 위에 조끼와 재킷을 껴입어 따뜻하면서도 편하다고 했다. 이른 아침 4홀까지 재킷을 착용하다 이후부터는 벗고 경기를 진행했다.
하의로는 얇은 내의에 보통 기모 바지를 입는다. 너무 껴입으면 스윙도 힘들고 제대로 임팩트를 가할 수도 없다.
추위에 약한 여성 골퍼들은 기능성 발열 조끼를 입기도 한다. 배터리 방식으로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데 얇고 가벼운 제품이 추천된다.
온도가 섭씨 15도 밑으로 내려가면 둔해진 손 감각으로 인해 컨트롤 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이때 핫 팩은 매우 유용하다.
겨울 골프에는 예상외로 골프화가 중요하다. 가을까지 사용하던 골프화를 반드시 꺼내 겨울 방한화로 교체해야 한다. 발이 시리면 골프 자체가 귀찮다. 양말도 두터운 겨울용으로 바꾼다.
겨울에는 잔디마저 얼어 스탠스를 취하는 과정에서 견고하게 하체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때 신발 스파이크 기능이 필요하다. 요즘은 밑창에 약간의 돌기만 있어도 골프화로 사용하는데 겨울에는 스파이크 기능이 있으면 유리하다.
티잉 구역 경사를 내려올 때에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겨울에는 신체 감각이 무뎌져 약간의 경사에도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져 부상을 입는다.
추우면 공기 밀도가 높아져 공중에서 공이 그만큼 저항을 받는다. 공도 물리적으로 수축되고 탄성은 감소한다. 이에 따라 온도가 5도 내려가면 비거리가 1m 정도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두터운 복장 때문에 스윙이 원활하지 않아 풀 스윙을 피하고 한 클럽 정도 길게 잡고 부드럽게 휘두른다. 우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린에 공을 올리는 어프로치 샷은 신중해야 한다. 그린에 튀거나 굴러가는(런) 거리를 잘 예상하고 클럽을 선택한다. 겨울 그린은 얼어 있어 공을 구르기보다 때리는 퍼트가 추천된다.
몸을 덥힌다고 술을 많이 마셔도 곤란하다.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면 혈액이 살갗에 쏠려 따뜻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일종의 착각으로 반복되면 오히려 체온은 내려간다고 한다.
전반 홀을 끝내고 따뜻한 정종 한 잔 정도에 그쳐야지 춥다고 가져온 술을 홀마다 마시면 샷도 무너지고 안전사고 우려도 있다. 술 마시고 찬 공기를 쐬면 확 달아오르기에 카트나 차 운전은 특히 금물이다.
겨울 골프는 너무 욕심 낼 필요가 없다. 여건상 가을 성수기처럼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사고 없이 필드 감각이나 익히고 오는 정도로 만족하면 될 듯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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