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與 불참 속 검사탄핵 강행 처리…'정국 급랭' 예산안 법정시한 넘길 듯
이동관 탄핵안 자동 폐기에 다음 카드는 '쌍특검'
여야 극한 대치에 기한 임박 예산안 협상 '시계제로'
노봉법 거부권도 이날 행사…野 "비타협적 싸우겠다"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탄핵 정국이 막을 내렸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지난 9월 안동완 검사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정기국회 기간 내 어떻게든 탄핵안을 처리하려던 민주당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던 국민의힘의 극한 대치로 여야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은 12월 2일로 이미 도달했다. 여야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올해에도 예산안 처리는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 野 주도 통과
"최고 권력 비호 받는 검사도 죄에 벌 받아야"
與 예산안 합의 안된 상황서 '항의' 의미 불참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표결이 예정됐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은 표결 3시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자동 폐기됐다. 사의 표명이 알려진 지는 6시간만이다. 여당은 방통위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한 충정이었다는 입장을 보였고, 허를 찔린 민주당은 '꼼수 사퇴'와 함께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극렬 반발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본회의 전 기자들을 만난 고민정 최고위원은 "바깥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과 함께 공동전선을 흩트리지 않고 윤석열정권의 무도한 폭주에 맞서 싸우겠다"며 탄핵안 강행 처리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손준성 검사에 대해서는 고발 사주 의혹을, 이정섭 검사에 대해선 자녀 위장전입 의혹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을 각각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검사장 출신의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표결 전 제안설명을 통해 "아무리 최고 권력의 비호를 받는 검사라 하더라도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고 공직에서 배제된다는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고 정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의 애초 목적인 예산안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민주당이 '이미 합의된 일정'이라며 본회의 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검사 탄핵안 표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본회의에 불참했다. 탄핵안은 재적 의원 과반(150석)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어 민주당의 의석(168석)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손준성 검사 탄핵안은 총 180표 중 가결 175표, 부결 2표, 기권 1표, 무효 2표를 얻어 가결됐다. 이정섭 검사 탄핵안은 가결 174표, 부결 3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두 검사에 대한 직무는 곧바로 정지됐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
민주당이 앞서 국회에서 단독 처리했던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도 이날 행사됐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미디어 관련 학회나 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들은 여야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여야 서로 규탄대회 열고 강력 비판
野 "이동관 아바타로 끝까지 방송장악 의도"
與 "이재명 수사 검찰 내쫓으려 몰상식한 일"
여야는 이동관 위원장 탄핵안 자동 폐기, 검사 탄핵 통과를 둘러싼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취재진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국정을 이렇게 꼼수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 끝내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선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찾아 책임을 묻고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홍익표 원내대표는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이제 와서 탄핵 처리가 법적으로 이뤄질 것을 우려해서 이동관의 뺑소니를 사표 수리라는 이름으로 허용한 것은 매우 잘못됐다"면서 "헌법을 유린하고 범죄 혐의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처리를 대통령이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면 국회는 정당한 탄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이동관이 했던 방식대로 하는 방통위원장을 보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검사 탄핵이 통과돼 본회의가 산회하자마자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중독을 비판하고, 의회폭거에 사과하라고 촉구하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도둑을 수사하는 경찰에 대해, 그 도둑이 경찰을 쫓아내겠다는 몰상식한 일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2명의 검사 중 이정섭 검사가 이재명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단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또 "지난 11월 한 달간 민주당이 공식 거론한 탄핵이 무려 41번이 된다"며 "정기국회 예산 심사가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인데 예산 심사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 방탄만을 위해서 국회가 이렇게 악용되는 사례를 국민께서 엄중한 눈으로 직시해달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탄핵을 의결하면 앞으로 수 개월 동안 방통위라는 국가기관의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다른 위원장을 임명해도 또 탄핵을 추진해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민생이나 국가 기능 마비 따위 안중에 없고, 탄핵이라는 신성하고 엄중한 국회의 헌법적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기만하고 국회 권력을 남용하는 민주당의 오만함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검사 탄핵 처리 후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 방송3법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진 것과 관련 "비타협적으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국은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최혜영 원내대변인 명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노조 탄압, 방송 장악 기도를 멈추지 않겠다는 불통과 독주의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려는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하기를 거부한 것"이라면서 "이제 국회는 국민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불통과 독주에 비타협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동관 위원장이 사실상 '기습 사퇴'를 하며 탄핵이 결국 불발됐다고 보고, 무위에 그친 이 위원장의 탄핵 다음 수순으로는 '쌍특검' 관철을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쌍특검 법안이 오는 8일 본회의에 부의돼 강행 처리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쌍특검 법안 표결까지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여야 간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우세하다. 여야의 힘겨루기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법정 시한인 2일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9일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법정 시한을 3주 넘긴 12월 24일에야 예산안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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