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셋 나온 종로…한동훈 등판론에 이준석 "다른 후보 있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가 먼저 달아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시대’ 개막으로 상징성이 옅어졌다지만, 여야에서 인지도 좀 있다는 인사들의 등판론이 자천타천 쏟아지면서 ‘정치 1번지’로서의 위상이 재조명받고 있다.
먼저 깃발을 든 건 부산 해운대갑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다.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이 종로 지역구 현역 의원임에도 그는 지난달 27일 “종로를 빼앗긴 채로는 수도권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신당이 추진된다면 종로에 나서고 싶어하는 인사가 있다”고 가세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종로 출마설도 여권의 오랜 화두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잠룡’인 그가 내년 총선에서 간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종로 출마론의 배경이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한 장관에게 주어진 중요한 일은 총선 출마”라며 “종로도 좋고, 험지도 좋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지난해 7월부터 지역위원장을 맡아 온 가운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임종석 전 실장의 출마가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이 지난달 30일 “총선 출마 마음은 굳혔다. 서울로 생각하고 있다”(MBC 라디오)고 밝히자, 하 의원은 1일 “종석아, 종로에서 한판 뜨자”(SBS 라디오)고 말했다. 둘은 같은 86학번에 민족해방(NL) 계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 출신이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이 하 의원의 종로 출마 선언을 두고 “종로는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곳인데, 주사파 출신이 갈 곳이 아니다”(지난달 27일 페이스북)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서 하 의원은 “저와 임 전 실장이 출마하면 ‘종로는 주사파 판이네’ 이런 평가를 하시겠다”고 말했다. 주사파(주체사상파·主體思想派)는 북한 김일성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지지하고 친북(親北) 성향을 특징으로 하는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의 일파를 말한다.
이 밖에도 야권에선 이낙연 전 대표·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종걸 전 원내대표 등 중량감 있는 인사의 이름이 꽤 많이 거론된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이재명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헌신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지난 8월, 안민석 의원)는 주장이 나온 적도 있다.
인지도 있는 여야 인사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건 종로가 가진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하 의원 출마 선언 후 여권에선 “종로가 험지 맞느냐”는 논쟁이 벌어졌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종로는 특정 정당보단 전략과 인물·현안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보궐선거로 당선한 현역은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지만 직전 3차례 총선(19~21대)은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역대 정계 거물이 많이 거쳐 가면서 종로엔 대선으로 향하는 상징적 지역구란 이미지도 있다. 윤보선(3~5대)·이명박(15대)·노무현(15대 보궐선거) 등 3명의 대통령이 배출됐고, 정세균(19~20대)·이낙연(21대) 전 국무총리 등 대선을 노리는 잠룡이 종로를 거쳤다. 각 정당이 종로를 단순한 한 석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으로 보는 까닭이다.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정치권 관계자는 “전국적 인지도와 경쟁력을 가진 인물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여론조사 꽃’의 가상 양자 대결 조사(8~9일)에선 한 장관의 경쟁력이 비교적 우세였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1위(29.6%)로 꼽힌 한 장관은 ‘한동훈 35.4% 대 곽상언 32.4%’, ‘한동훈 31.6% 대 이낙연 27.7%’ 등 민주당 후보를 모두 앞섰다. 다만 총선 정국이 초반이고 종로는 현안에 따라 시시각각 여론이 변하는 만큼 추이를 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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