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무회의 중단 시킨 '이동관 사퇴'…후임에 이상인 거론
“국무회의를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갑자기 정회를 선언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검토 내용을 한 총리에게 보고하면서다. 김 처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하기 전까지 한 총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이 위원장의 사퇴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늦은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통위 업무 마비에 대한 부담을 드릴 수 없다”며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 사퇴 절차를 위해 김 처장 등 극소수 인사에게만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연히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통과를 벼르던 더불어민주당은 허를 찔렸다.
이동관 "언론 정상화 기차는 계속 달릴 것"
그러면서 “저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선 대의와 대국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을 시도한 민주당을 겨냥해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그 부당성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거야의 횡포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시리라 확신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어떠한 자리에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 마비 위한 고육책"
이 때문에 민주당이 탄핵 방침을 세운 지난달 중순부터 용산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선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며 “지상파 및 종편 방송 인허가ㆍ재승인 문제, 포털 관련 업무 등 방통위에 산적한 현안이 일시에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설령 제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며 사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여당도 최근 윤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 사퇴를 건의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최근 당 지도부와 중진들 간의 회의에서 ‘이동관 사퇴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원내 지도부가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만큼 이번 주 초만 해도 사퇴 카드가 실제로 실행될지엔 여권 핵심부에서도 회의론이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탄핵 시 윤 대통령과 정부가 떠안아야할 '식물 방통위' 부담을 고려해 이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굳혔고, 여권 핵심부의 위기 관리 전략이 함께 가동되면서 전격적인 사퇴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고 한다.
새 위원장 후보엔 이상인·이진숙 거론
새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이 부위원장이 우선 거론된다. 윤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인 이 부위원장이 새 방통위원장에 지명될 경우 대통령 몫 상임위원을 추가로 1명 더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여권에선 “가장 빨리 방통위를 재가동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국민의힘이 여당 몫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김기정·박태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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