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개 200만 마리 풀겠다" 반발도…개 식용 역사 끝날까
" 정부에서 다음 주까지 답이 없으면 지자체마다 개 50~100마리씩 무조건 풀어야죠.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
개농장을 운영하는 주영봉씨가 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대한육견협회 식주권·생존권 위원장이다. ‘식주권’은 먹는 주권을 말한다. 주씨를 포함한 농장주들은 “개식용 금지법은 보신탕을 먹는 1000만 국민의 식주권을 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식용 금지에 반대하며 연일 시위를 하는 이유다.
도시에 개를 푸는 것도 시위 방법에 포함돼 있다.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농장주들로 구성된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사육하던 개들을 트럭에 실어와 풀어놓으려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이 개까지 데려와서 투쟁에 나선 건 정부와 국민의힘이 올해 안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식용 개 사육과 도살·유통·판매가 모두 금지된다. 폐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7년부터 단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예정대로 법이 통과되면 4년 뒤부터는 전국의 보신탕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한육견협회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개 200만 마리를 용산에 풀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개 식용의 역사
개 식용이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50년 전인 1973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가축의 범주에 개가 포함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후 1975년 축산물가공처리법(현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을 통해 도살과 가공 등 개고기 위생을 법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개 식용 비판이 일자 1978년에 다시 개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개농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축산법에는 개를 가축으로 두면서, 도살이나 유통은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시가 국가 이미지를 개선한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면서 점차 개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개고기를 찾는 사람이 줄면서 자연스레 전국의 보신탕집은 하나둘 사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현재 229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가 28곳으로 가장 많다.
동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개 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개고기는 한국의 고유한 음식 문화라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개 식용 임기 내 종식 노력”…국회 논의 본격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1100여 곳의 개농장에서 52만 마리의 개를 사육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집계되지 않은 영세한 개농장까지 합치면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개가 200만 마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아직도 지방에 있는 보신탕집에는 개고기를 먹으려고 많은 사람이 오는 데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식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보상금을 통해 농장주들에게 희망 폐업을 유도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개식용 수요가 없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할 경우 개농장에 남아 있는 개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은 “식용 목적으로 키워진 개들은 갈 곳이 없으면 안락사 될 수밖에 없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는 동시에 사육 중인 개들의 여생을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레드카펫의 정석' 혜수씨, 당신은 늘 멋졌어요 | 중앙일보
- 신동엽 앞 하지원 ‘만취 댄스’…혀 꼬인 그들이 아슬아슬하다 | 중앙일보
- “빚내서라도 보내라” “8명 중 3명 틱장애” 영유 엇갈린 시선 | 중앙일보
- 박수홍 친형, 62억 중 3000만원만 횡령 인정…형수는 전면부인 | 중앙일보
- 평검사가 슬리퍼 끌고 부장 방 간다…“성과” 그게 특수부<특수부 사람들-2> | 중앙일보
- 중학생 졸피뎀 먹여 성폭행한 30대에…재판부 "엄벌 필요" 징역 7년 | 중앙일보
- [단독] 국정원장에 조태용 실장 거론…외교안보 연쇄이동 전망 | 중앙일보
- 운동 싫어하는 건 '뇌 탓'이었다…"달력에 운동시간 쓰세요" 왜 | 중앙일보
- "두번째 신고 없었다면"…'꼴통 경감' 강남납치살인 출동 뒷얘기 | 중앙일보
- TV서 보던 프로파일러의 '두 얼굴'…女제자 추행 혐의로 파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