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화평의 하나님이 분단의 장벽을 허무시리라

2023. 12.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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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5일 주일 아침 8시쯤 1부 예배를 마치고 지하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아내가 피범벅이 된 내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앞서가던 아내가 뒤돌아보는 순간 수박 한 통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단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했는데. '하나님! 살려 주세요.' 침상 곁 아내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밤새껏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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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지난해 6월 5일 주일 아침 8시쯤 1부 예배를 마치고 지하주차장으로 가고 있었다. 순간 현기증을 느끼고 의식을 잃었다. 아내가 피범벅이 된 내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마취 상태인데도 온몸이 바늘로 쑤시는 통증을 느꼈다. 앞서가던 아내가 뒤돌아보는 순간 수박 한 통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단다.

담당 의사가 수시로 병실로 와 뇌진탕 여부를 확인했다. 반신불수가 되면 어쩌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넘어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 거만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부총리급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나를 교만케 했는가. 항상 낮은 자세로 임했는데…. ‘하나님! 살려 주세요.’ 침상 곁 아내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밤새껏 기도했다. 이틀 뒤 진단 결과가 나왔다. 정상이었다. 피조물의 생명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새삼 느꼈다. 덤으로 사는 인생,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서원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대학 졸업 후 도서관을 전전하던 1985년 6월이었다.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통일을 위해 ‘북방 외교의 기수’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말에 아내는 나를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했다. 90년 한·소 수교와 함께 러시아에서 유학한 이후 대러 외교 현장을 분주히 누볐다. 북방 외교의 성공을 위해 한 톨의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문재인정부 때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됐다. 이날 아내는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앞에서 ‘오늘이 바로 남편이 35년 전 약속을 지킨 날’임을 상기시켰다. 북방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되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교만이었다.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묵상하라는 주님의 매서운 회초리였다.

이 사건 후 나와 아내는 24시간 함께 보낸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통일은 한민족 내부의 문제이면서 주변국 간 외교적 합의로 이룰 수 있는 복잡한 퍼즐과 같다.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간구해야 할 이유다. ‘화평의 하나님이 자기 육체로 분단의 장벽을 허무실 것’이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북방으로 향한 대로가 끝없이 펼쳐지는 꿈을 꾼다.

<약력>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 △주러 대사관 공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현 기독교통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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